한은 “우크라發 EU 경기 둔화…국내 수출산업 부정적 영향”
입력 2022.05.08 12:00
수정 2022.05.08 13:26
국내 EU수출입 비중 10~11% 높은 수준
원자재 공급부족·생산차질 등 수급불안
EU 성장률 1%p하락 시, 수출 3.2%↓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EU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EU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도 덩달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은행은 해외 경제 포커스 ‘우크라 사태가 EU경제 및 한·EU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EU 경기둔화 및 생산차질이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수요 둔화와 핵심부품 조달 차질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총 수출입에서 EU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11%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무역 중력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대(對) EU수출은 EU성장률, 1인당 GDP 등 수요측 요인에 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EU 성장률 1%p 하락 시 대 EU 수출(명목)은 2.1~3.2% 떨어지며, EU의 1인당 GDP 1% 감소 시 0.6~1.2%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2012년 유로재정 위기 시 EU 성장률 하락으로 우리나라 대 EU수출은 전체 수출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EU는 2020년 투자건수 기준 독일(1위), 이탈리아(4위), 프랑스(5위) 등 대(對) 러시아 직접투자국 중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EU는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45%를, 원유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원자재 공급부족, 주요 부품 수급불안 등은 생산차질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자동차(부품부족), 철강(비용 상승)의 경우 조업차질 등으로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BMW,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업체가 러시아·우크라이나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핵심부품의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는 EU(28개국 기준)의 수출 시장보다 GVC상 에너지 및 원자재 수입 시장으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 EU의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품 수입비중은 지난해 8.7%로 수출비중(5.8%)을 상회했다.
특히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4.8%로 높고, EU 에너지 총수입의 러시아·우크라이나 비중(26.3%) 모두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천연가스, 농산물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 실질 소득 감소 및 기업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며 지정학적 불안으로 소비·투자 심리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EU는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가 밀접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높아 향후 다른 지역에 비해 러시아 제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나라 경제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 EU수출은 최종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EU의 수요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EU수출에서 최종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1%로 총 수출에서의 비중(26.9%)을 약 13%p 상회한다.
최종재 구성을 감안하면 EU의 소비 둔화는 승용차(최종소비재) 수출에, 투자 둔화는 선박·기계류(최종자본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중간재 수출도 가공 후 재수출 되기 보다는 EU내에서 소비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상당 부분은 유럽 내수용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내기업 유럽시장 생산기지로 수출되며 의약품도 독일 등 현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한은은 “EU경기 회복세 둔화로 인한 우리 수출의 부정적 효과가 수출 기업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 EU로부터 조달하는 반도체 제조장비, 및 선박·자동차 핵심부품 생산 차질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재고 확보 등에 도움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