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북한은 왜 바이든의 '단계적 비핵화' 안 받나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4.29 02:03
수정 2022.05.09 15:16

"北이 워싱턴 문 두드리지 않을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북한이 생각했던 비핵화가 '과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 '목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미가 '과정'과 '목표'에 모두 동의해야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북미대화는 요원할 거란 관측이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리병휘 일본조선대 교수는 28일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가 주관한 웨비나에서 "대화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좋을 수 있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어떤 목표에 도달하려 하는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와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유사한 대목이 있음에도 북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리 교수는 △쿼드(Quad) △오커스(AUKUS)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MD) △유엔군 체제 활용 등 4가지 사안을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포위망'으로 규정하며 관련 정책에 북한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엔군 체제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상충된다는 게 리 교수 주장이다.


리 교수에 따르면, 유엔군 소속이기도 한 프랑스·영국·캐나다 군함은 유엔군과 일본 정부가 지난 1954년 2월 맺은 협정을 토대로 지난해 잇따라 일본에 기항했다. 중국 견제 차원의 군사행동이라지만 북한 입장에선 위협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리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군사령부 존립 근거를 흔들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에 '반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연계돼 논의됐던 종전선언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미온적 반응을 보인 만큼, 북측이 북미대화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전쟁 종결(한반도 종전선언)에 커미트먼트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공약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종전선언) 얘기를 일절 안 한다"며 "조선전쟁을 끝내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선전쟁(정전)을 유지하고 이 긴장을 도정하며 중국을 견제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를 해야 무슨 진전이 있겠느냐는 해부학적 대화에 근거해 (북한 당국이) 현시점에 미국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요구, 무장해제 아닌가"


리 교수는 '목표'에 교집합이 있었던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선 비핵화 방식이라는 '과정'에 간극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하노이 노딜과 관련해 "미국(트럼프 행정부)이 단번에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며 "단번에 (핵을) 포기하면 환한 미래를 보장해주겠다고 했는데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그건 무장해제가 아닌가. 그래서 동시행동 과정에서 신뢰를 갖고 전쟁도 끝내고 장기적 단계론으로 가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공동선언 정신인 새로운 조미(북미)관계를 수립·전환하지 않고선 공화국(북한) 쪽에서 워싱턴 쪽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