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의 '핵 선제공격 협박'서 교훈 얻을 것"
입력 2022.04.20 04:01
수정 2022.04.20 07:31
"푸틴, 우크라 전쟁서
핵 선제공격 협박으로
美·NATO 개입 저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전략'을 참고해 공세적 대외정책을 펼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직접적 개입'을 막기 위해 꺼내든 '핵 선제공격' 카드를 북한이 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19일 최종현학술원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주최한 웨비나에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핵 선제공격 협박을 통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개입을 성공적으로 저지했다는 점을 알아차렸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북한이 상당히 우려되는 교훈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인혼 전 특보는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며 "이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긴 김 위원장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이 한반도 무력 분쟁에 대한 미국 개입을 저지할 방법이라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미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해 미국의 한반도 관여 의지를 떨어뜨리려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의 희생을 감수할 것이냐'는 메시지를 북한 당국이 지속 발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박정천 당 비서가 최근 담화를 통해 공개한 북측의 '핵 독트린'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는 북한 당국자들의 최근 담화에서 처음으로 핵 독트린이 드러났다며 "북한은 남북 간 전쟁이 발생할 경우, 자신들의 전투력 보존 차원에서 전쟁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해 한국군을 섬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안 전 대사는 북측이 핵 독트린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북한이 이런(공세적) 핵 독트린을 공표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앞서 박정천 비서는 지난 2일 담화에서 "만약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공격하지) 않는다"면서도 "남조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북한)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까지 간다면 (남측에)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군 서열 1위인 박 비서와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부장의 공개 입장 표명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현재 우리 군은 사거리와 정확도, 위력이 대폭 향상된 다량·다종의 미사일을 보유해 북한의 그 어떤 표적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며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