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논란' 겪고도…"문정부, 워싱턴 싱크탱크 물갈이 지속 시도"
입력 2022.04.19 05:01
수정 2022.04.19 00:52
문정부, 2018년 USKI 지원 중단
靑, '블랙리스트 논란'에 선 그어
"논란 이후에도 물갈이 시도"
"문정부, 학문 자율성 침해"
임기 내 대북성과에 주력해온 문재인 정부가 워싱턴 싱크탱크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물갈이' 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 정부가 임기 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해 싱크탱크 '검열' 논란을 겪은 이후에도 비슷한 행태를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미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학자로 있는 이성현 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최근 발행된 계간지 '외교' 기고문에서 "미국 조야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문 정부 임기 내내 극복되지 못했다"며 USKI 폐쇄 사건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 정부는 지난 2018년 USKI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며 예산 지원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USKI 측은 "한국 정부의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다"며 같은 해 5월 문을 닫았다.
당시 한미 조야에선 문 정부가 USKI의 특정 인사들에 대한 교체를 요구했다는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국회 차원에서 제기돼 온 USKI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소(경인연)가 인사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USKI에 예산을 지원하고, 국책연구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경인연 측이 인사 조치를 요구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 정부 해명과 별개로 워싱턴에선 해당 사건이 '한국 정부의 미 싱크탱크에 대한 검열 시도'로 각인돼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전 센터장에 따르면, 워싱턴의 한 인사는 "해당 사건 이후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관련 조치로 인해 워싱턴에서 '한국은 학문 자율성을 침해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싹텄다는 지적이다.
이 전 센터장은 워싱턴 인사들이 해당 사건을 "이구동성으로 회고한 점은 이 사건의 여파를 짐작게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USKI 폐쇄 이후에도 문 정부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에 대한 물갈이 시도를 지속해왔다는 주장이 워싱턴 조야에서 수그러들지 않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 전 센터장은 "안타까운 건 그 후(USKI 폐쇄 이후)에도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잘 맞지 않는 한반도 전문가들에 대한 교체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며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싱턴의 한 인사는 문 정부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2명의 전문가에 대한 "문 정부의 인물 교체 시도를 알음알음 다 알고 있다"며 관련 사안을 '정치적 박해(political persecution)'로 규정했다.
또 다른 현지 관계자는 "문 정부의 워싱턴 싱크탱크 개입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며 "불행히도 이는 미국 대학 한국학 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국학 석좌 자리가 '한국 정부 입김에 의해 좌우되는 위태로운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센터장은 "문 정부에서의 한미관계는 워싱턴 싱크탱크 내 한반도 전문가를 친문 인사로 바꾸려던 무리한 시도가 파문을 일으켜 첫 단추부터 실패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 언론에 부각되지 않았지만 추가적 유사 사건 논란이 있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학문적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는 워싱턴의 부정적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