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82)] 정성재 “‘킹아더’ 검술씬 안무 참여, 책임감 컸죠”
입력 2022.04.15 13:20
수정 2022.04.15 13:20
뮤지컬 '킹아더' 6월 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 배우 정성재는 2019년 뮤지컬 ‘세종, 1446’으로 데뷔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뮤지컬 ‘킹아더’(6월6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 참여하면서 검술씬 안무에 직접 참여하는 등 연기 외적인 역할까지 손을 뻗쳤다. 한 작품의 안무 일부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에서 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지만, 거듭한 노력으로 무사히 공연을 올리고 있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탓에 다른 뮤지컬 배우들보다 늦게 데뷔했고, 그만큼 견뎌냄의 시간이 길었음에도 그는 ‘끝까지 버티자’는 마음으로 지금의 자리에 왔다. 그리고 그 견딤의 시간들은 쌓이고 쌓여, 정성재 배우를 통해 무대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다.
-2019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2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알게 된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습니다. 경상남도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투리를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 노래, 연기, 춤 등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요, 그중 아크로바틱을 배우게 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영학과 출신이에요. 뮤지컬이나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과 그 시간 동안 견뎌내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데뷔작 ‘세종, 1446’으로 맺은 인연으로 이번 ‘킹아더’에 출연하게 되셨다고요.
네, 뮤지컬 ‘세종, 1446’에서 안무를 맡으셨던 채현원 감독님과 연이 되어 ‘킹아더’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현재 ‘킹아더’에선 브리튼 왕국의 기사와 기수, 멜레아강의 수하, 돌의 정령, 브리튼 왕국의 시민, 악령 등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멜레아강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 절망들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멜레아강의 수하 캐릭터에 특히 더 애정이 가요.
-직접 참여하기 전과 후, ‘킹아더’라는 작품에 가진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나요? ‘
2019년 초연 자료를 찾아보면서 ‘내가 이 안무들을 잘 표현해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던 안무들을 지금은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오디션이나, 연습,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다면 들려주세요.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을 진행하다 보니 개막을 앞두고 무대에 오르고 나서야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됐어요. 늘 반쯤 가려진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가 마스크 속 얼굴들에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좀 걸리고 저 혼자 쑥스러움을 잠시 느꼈었습니다(웃음). ‘킹아더’ 팀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어떻게 인성마저 좋은 사람들만 모였는지 모르겠어요. ‘킹아더’ 팀 사랑해요. 하하.
-그렇지 않아도 ‘킹아더’는 개막 당시부터 코로나19 이슈가 있었죠. 심적으로 많이 위축되기도 할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에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발걸음에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매 순간 무대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꾸준히 체력관리도 하고 있고요!
-‘킹아더’는 복잡한 동선, 고난이도 안무로도 유명하죠.
전혀 힘들진 않아요. 오히려 너무 재미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안무들을 해내는 순간 느껴지는 쾌감이 있잖아요. 그 감정을 즐기고 있어요. 제 인생에 언제 또 이런 고난이도 안무를 해 볼 수 있을까 싶어 행복하죠.
-특히 이번 작품의 검술씬 안무에도 직접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서양의 검술에 대해 공부하면서 각 캐릭터마다 검술에 어떤 차이를 둘 것인가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먼저 멜레아강은 검을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다루며 역수로 바꿔 쥐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완성된 검술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랜슬롯은 날렵하고 세련된 검술을 사용하면서도 검술에만 그치지 않고 발까지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고요. 마지막으로 아더는 가웨인에게 검술을 배우면서도 멜레아강과의 전투에서 멜레아강의 검술을 바로 따라 하기도 하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연습 중 가장 걱정했던 것은 안전인데요, 검이 길고 무겁기 때문에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을 위해 공연 전마다 계속해서 합을 맞추고 있습니다.
-배우로서는 물론, 동시에 안무에 참여한다는 것에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안무나 움직임이 서사에서 벗어나지 않게 구성하는 부분에서 특히 책임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합을 짜면서도 그게 맞는 선택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고요. 모두의 도움 덕분에 나올 수 있었던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앙상블로 작품에 참여함에 있어서 고충도 있나요?
퀵체인지입니다. 특히 1막 같은 경우는 순간 실수하면 다음 장면에 제때 등장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항상 긴장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실수 없이 해냈을 때의 즐거움은 말도 못하죠.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면(혹은 넘버)은?
랜슬롯이 성배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영혼의 숲에서 성배를 지키는 거인의 질문을 듣고 부르는 넘버 ‘깨어나’를 가장 애정해요. 저는 돌의 정령으로서 그 장면에 등장하는데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웃을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다음 날 잠에서 깨면 귓가에 ‘wake up~ wake up~’(‘깨어나’ 가사 中) 소리가 들려요(웃음).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게 될 텐데요. 꼭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이나,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서 검은 개 역할이 탐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작품이든 그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배우로서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라는 것이 있나요?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어떠한 이유에서든 관객분들과의 약속을 지키자’입니다. 또 관객들에게 ‘잊히지 않는 배우’로 인식되고 싶습니다.
-데뷔 당시와 지금, 스스로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첫 작품에선 모든 부분에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했었습니다. 지금은 그것들에 더해 노련함까지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데뷔 이후 코로나로 인해 슬럼프를 겪기도 했어요. 하지만 연기와 노래 연습에 더욱 매진하고 아크로바틱 수업도 하며 버텼고 또 주변의 동료들도 제가 슬럼프에 빠져 있지 않도록 계속해서 일을 만들어줘서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슬럼프로 인해 그리고 서른 살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고집하는 것이 맞는 길인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았어요. 어느 날 새벽 4시에 함께 ‘세종, 1446’에 출연했던 세종대왕 역의 박유덕 형에게 전화가 왔어요. 잠결에 받았는데 ‘끝까지 버텨’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정말 끝까지 버텨보기로 결심이 섰습니다.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요?
끝까지 무대에서 배우로 존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