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고통 속에 꽃피는, 찬란한 인생…뮤지컬 ‘프리다’
입력 2022.04.15 08:01
수정 2022.04.14 22:39
5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작은 체구에 짙은 눈썹, 사고로 완전히 망가져 버린 몸, 혁명적인 삶 그리고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생활과 그의 지독했던 여성 편력.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를 안고 산 사람도 드물다. 그가 ‘고통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무대로 환생시키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품은 생애 마지막 순간을 앞둔 프리다 칼로가 토크쇼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출연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모차르트!’ ‘레베카’ 등 대극장 뮤지컬로 흥행을 이끌어온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국내 창작진과 함께 처음으로 선보이는 중소극장 창작뮤지컬로 개막 전,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인터뷰’ ‘스모크’ 등으로 대학로 히트메이커로 이름을 알린 추정화와 허수연이 콤비를 이뤘다. 2020년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트라이아웃 공연, 2021년 제15회 DIMF 초청 공연을 거쳐 정식 초연을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 2022년 개봉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멕시코 유명 영화배우 셀마 헤이엑(Salma Hayek)의 주연 영화 ‘프리다’ 역시 그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당시 이 영화는 12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56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프리다 칼로의 삶을 자전적 시각에서 돌아본다는 점에선 이 영화와 유사하지만, 뮤지컬 ‘프리다’는 뮤지컬만이 가질 수 있는 판타지를 적절히 가미하면서 무대를 완성시켰다.
뮤지컬은 단 4명의 여성 배우만으로 채워진다. 이들은 각자 프리다와 3명의 ‘관념적 존재’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프리다의 정신세계를 표상하는 동시에 수호신과 같은 역할이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간직한 메모리아, 인생의 큰 고비마다 찾아온 죽음의 신 데스티노, 라이브 쇼의 진행자이자 남편 디에고로 분하는 레플레하 등이다.
특히 작품은 가혹했던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단순히 고통스럽게만 그리지 않는다. 지루할 수 있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나열하는 대신, 쇼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화려한 볼거리를 선물한다. 또 “완벽하진 않아도, 숨 쉴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을 거야”라는 대사처럼 그는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도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불행에 몸부림치면서도 죽음에 맞섰고, 고통을 예술로 승화해낸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
최정원, 김소향이 프리다 역을 나눠 연기하고 전수미·리사(레플레하 역), 임정희·정영아(데스티노 역), 최서연·허혜진·황우림(메모리아 역) 등이 출연한다. 5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