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 하겠다”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 ‘홍두사미’ 전철 안밟는다
입력 2022.04.11 13:53
수정 2022.04.11 14:27
추 후보자 “할 말 하라고 이 자리에 있는 것”
홍 부총리, 두 손드는 그림 매번 펼쳐져
대내외적 기대감에도 청문회 통과 쉽지 않아
론스타 연루 의혹·재산 30억원 ↑ ‘검증필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청와대·국회 등 정치적 압박에 밀려 경제부총리 소신을 꺾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소신 없이 여당에 끌려다녀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라는 오명을 얻었던 홍남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고 밝힌 것이어서 이후 추 후보자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추 후보자는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의 ‘국회·청와대의 정치적 압박이 관료로서 소신과 상충할 때 어떻게 대응하겠는가’에 대한 질문에 “할 말 하라고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더 나은 정책이 있다면 끊임없이 제안하고 관철시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을 후보 시절부터 보면 윤 당선인의 관점도 저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옳은 이야기를 하면 (윤 당선인이) 늘 받아들였기 때문에, 소신을 줄이거나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온 것은 그동안 홍남기 부총리가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건전성 이슈 때마다 처음엔 정치권의 ‘돈 풀기’ 요구에 맞서다 결국은 두 손을 드는 그림이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잦다보니 ‘홍두사미’ ‘홍백기’(홍남기+백기) 등의 별명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추 후보자는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예산실 출신으로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청와대나 국회에 뺏기다시피 했고, 결국 기재부는 예산 집행만 하는 부처가 됐다는 비판도 컸다.
그러나 이번에 지명된 추 후보자는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을 담당했으며, 금융위원회에서도 금융정책국장, 기재부에선 1차관 등을 역임했다. 게다가 재선 국회의원(20·21대)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있으면서 경제정책과 금융 분야를 모두 다뤄본데다 정무·조정 능력까지 갖추면서 기재부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추 후보자는 간담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정책이 있다면 국회와 대화하고 야당과 함께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언하면서 기재부 장관으로서 내부에서 기대하는 ‘버팀목’의 이미지와 궤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추 후보자가 대내외의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청문회를 통과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최근 시민단체에서 이른바 론스타 ‘먹튀’ 논란과 관련해 추 후보자에 대한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사건 때 추 후보자는 은행제도과장으로 실무를 맡은 바 있으며 지난 2012년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땐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또 추 후보자가 국회의원 재직기간 동안 재산이 30억원 가까이 늘어나 이 부분도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2016년 총선 당시 대구 달성군에 출마할 때 추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이 11억8000만원이었는데, 최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정기재산 변동신고에서 지난해 말 기준 40억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했다.
추 후보자는 론스타 연루 의혹에 대해선 “당시 법 원칙에 따라 국익을 앞에 놓고 일처리를 해왔다”고 말했고 재산 증식과 관련해선 “청문회 때 말씀드리겠다”면서 즉답을 피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