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넓어질수록…항공업계 '탄소중립' 압박도 거세진다
입력 2022.04.12 06:00
수정 2022.04.11 17:15
코로나19로 잠잠했던 탄소배출 논의,
하늘길 열리면서 다시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서, 일시 중단했던 항공업계의 탄소중립 논의도 다시 시작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탄소중립 바람은 코로나19 악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항공사들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최근 항공분야 탄소 배출 규제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UN 산하 ICAO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를 초과한 항공사는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도록 하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자율이지만, 2027년 부터는 의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65%를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를 활용해 감축하기로 지난해 10월 의결했다. SAF란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자원이 아닌 대체 연료로, 기존 항공유에 비해 최대 80%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항공 부문에 대한 각국의 규제도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EU 내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의 혼합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혼합비율은 2025년 2%에서 2050년 63%까지 점차 높아진다.
항공업계의 탄소배출 감축 논의는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규제가 본격화하기 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탄소 감축 방안 수립 시기가 늦어졌다.
코로나 이후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 항공사의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탄소중립이 문제가 될 수 있다. ICAO는 2040년 항공 부문의 탄소배출량은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한항공, SAF 섞은 연료료 파리~인천 정기편 운항
LCC들도 유럽 취항 준비한다면 '탄소중립' 대응해야
국내에서 탄소중립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 항공연료(SAF)를 혼합 사용해 시카고~인천 구간을 한 차례 운행했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현지 정유사와 SAF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는 SAF를 전문 생산하는 업체가 없는 가운데,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SAF 공급계약을 맺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파리~인천 구간의 정기편 노선에 SAF를 섞은 연료를 사용해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현대오일뱅크와 '바이오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바이오항공유 사용기반 조성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LCC들의 경우 아직 탄소배출 규제에 대한 대응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AF를 비롯한 바이오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에 비해 3~5배가량 비싸다. 업계에서는 2025년 EU 출발 항공편에 SAF 의무 비중인 2%가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37만7152달러(약 4억6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가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LCC들 역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노선 배분으로 유럽 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는 LCC들의 경우 유럽의 규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당장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SAF 도입 대신 연료 소모를 낮추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 꼽힌다. 연료효율성이 좋은 기재로 기단을 변경하거나, 기내 물품을 경량화해 연료소비량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SAF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상황이라 가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오 항공유가 시장에서 소비되려면 인센티브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