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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간 냉기류 여전… "배경은 두 달 앞둔 지방선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2.04.03 04:09
수정 2022.04.02 19:10

집무실 이전 협의 진척에도 인사 갈등은 여전

국힘 "내로남불" 민주당 "점령군 행태" 가세

지지층 결집 위한 정무적 행보 해석 대체적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신구(新舊) 권력 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와 별개로 인사 문제로 고조된 양측 사이의 냉기류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흉금을 털어놨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불과 한 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여야까지 가세하며 전선이 확대됐다. 이러한 양측의 갈등은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이르면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공약 실현을 위한 예비비 가운데 일부를 의결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수차례 의견 조율을 거쳐 예비비 의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 문제를 두고 "모욕적" "감정적 해석"이라는 날선 반응을 보이며 정면 충돌한 상황에서도 물밑 조율은 꾸준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신구 권력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새어나왔다.


하지만 '알박기 인사' 논란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을 거론한 인수위의 브리핑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했지만, 인수위는 거부했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이나 특수활동비 논란 등도 시기상 맞물리면서 양측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는 신구 권력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배경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깔려있다는 시각이 많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80여일 밖에 되지 않고, 새 정부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기에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대치 전선이 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여당의 대선 패배 요인으로 문 대통령 책임론도 불거진 만큼 청와대로서는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선거가 인수위 활동에 대한 평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인수위를 계속 공격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패배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까지 가세해 전선이 확대된 것도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 문제를 '내로남불' 행태로 규정하고,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인수위의 주장을 '음해' '가짜뉴스'로 평가절하하고 청와대의 사과 요구에 힘을 실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인수위와 국민의힘이 점령군 같은 월권 행태를 한다"는 프레임을,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새정부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정무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대선이 0.73%p 차이의 박빙의 승부였고 지방선거도 닥쳐있어 대선 여론 지형은 구조적인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선이 끝나면 지지층이 재구성되고 결과와 무관하게 기대감이 커져야 하는데, 패배 정당에서도 대선 이후 전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지지율 답보 상황을 부각하기 위한 청와대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신구 권력 각각의 지지율은 전례 없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조사해 1일 발표한 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42%가 '잘하고 있다', 49%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재임 5년 차 4분기 직무수행 긍정률 평균치는 42%로, 직선제 부활 이후 대통령 중 가장 높다.


같은 조사에서 윤 당선인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55%, '부정적 전망'은 41%로 조사됐다. 이는 역대 당선인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전날 YTN 방송에서 "(양측이)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고 상당히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 신구 권력 간에 충돌하는 것이 지방선거에 득이냐, 실이 더 많냐(라고 한다면) 득이 더 많다 판단할 수 있고, 알박기 인사나 인사 논란들이 지방선거 때 어느 쪽이 더 유리하냐, 불리하냐라고 자꾸 정치공학적인 유혹에 빠질 수가 있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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