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속도내야 하는데...재판 부담 커지는 이재용
입력 2022.03.14 12:00
수정 2022.03.14 11:59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 일부 내용 타 재판과 병합
3주에 한 번 꼴로 주 2회 법원 출석해야...경영 행보 발목
가석방 신분도 경영 활동 발목...사면 가능성에 이목 쏠려
올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개 경영 행보가 뜸해진 가운데 재판 부담 증가로 경영 행보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영 차질이 더 크게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주 17일과 18일 연이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현재 매주 목요일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에서 다뤄지고 있는 외부회계감사법 위반 혐의 관련 내용을 다른 피고 삼정회계볍인 재판과 병합해 심리하기로 재판부가 결정하면서 주 2회 출석이 이뤄지게 됐다.
병합되는 재판은 오는 18일을 시작으로 매 3주마다 진행될 예정이어서 이 부회장은 3주에 한 번꼴로 주 2회 법정에 나와야 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 1심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3주에 한 번은 평일 5일 중 이틀이나 재판에 출석해야 부담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가석방 신분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많은 이 부회장으로써 더욱 발걸음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투자 확대 발표와 함께 두 번의 해외 출장 등으로 바쁜 경영 행보를 보였다.
출소 직후인 지난해 8월 말 향후 3년간 반도체·바이오·차세대 통신·신성장 IT 등에 약 240조원(국내 180조원)의 대규모 신규 투자 단행을 발표했다. 또 11월에는 열흘간 미국 출장을, 12월에는 4일간 중동 출장을 잇따라 다녀오는 등 해외 경영 행보 보폭도 넓혔다.
특히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를 최종 확정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와함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수급에 역할을 하면서 국가적 중대 사안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개 경영 행보가 사라지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재판 출석을 제외하면 이 부회장의 공개 경영 행보는 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 참석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법원이 2주간 겨울 휴정에 들어가면서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공개 행보는 없었다.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등으로 해외 출장이 다소 조심스러워진 측면도 있지만 글로벌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 행보를 펼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간 정치·경제적 갈등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제재가 이뤄지는 등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는 미국 인텔과 타이완 TSMC 등 경쟁사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총수의 리더십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판이라는 경영 행보 제약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어서 삼성의 전반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가석방으로 제한적이나마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한 가석방 신분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아니고 무보수로 일하고 있어 취업제한 논란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 오너의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등기이사 선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 가석방 신분도 시기가 문제일뿐 결자해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관련,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현 정부 체제 말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대로 더욱 중요해진 오너의 판단과 결정을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부회장으로서는 가석방 신분으로 재판 부담까지 늘어나게 돼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