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초점] 넷플릭스, 프랑스서 홀드백 단축 얻고 법적 투자 계약…주시해야 하는 이유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3.11 13:44 수정 2022.03.12 15:19

프랑스, SVOD 서비스와 첫 계약 체결

"현지 연간 수익 20% 재투자 요구"

넷플릭스와 프랑스 영화계가 각자의 이익을 위한 손익계산서를 두드리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 1월 프랑스는 법적으로 극장 상영 후 36개월이 지나야 SVOD(Subscription Video-on-Demand) 서비스를 허락했던 법을 수정했다. 홀드백 기간을 36개월에서 15개월로 단축시킨 것. 전 세계에서 발휘되고 있는 OTT 영향력을 프랑스도 계속 외면할 수 없었다.


로슬린 바첼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지난 1월, 극장에서 상영된 후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었던 홀드백 기준 축소를 선언하면서 공식화했다. 단편적으로 본다면 OTT에게 한발 물러난 모양새로 보일 수 있지만, 규정을 살펴보면 프랑스의 속내도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는 홀드백 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OTT가 약 4000만 유로(약 한화 543억 원)를 투자해 연간 최소 10편의 현지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넷플릭스는 프랑스 영화 조합과 지난 2월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간 수익의 20%를 프랑스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에 재투자하기로 계약했다. 이번 거래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SVOD 서비스와의 계약 체결이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전체 20%에서 80%는 넷플릭스 프랑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투자해야 하며, 나머지 20%는 극장 개봉 영화에 투자해야 한다. 또 계약의 다양성 조항에 따라 프랑스어로 제작되는 400만 유로(한화 약 54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에도 일정 금액을 투입시켜야 한다. 그리고 투자한 극장 상영 영화는 15개월 후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극장에서 개봉해야 하는 중소 영화들이 부침을 겪자, 이 환경을 이겨내고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프랑스 영화산업 조합들이 내놓은 방안인 것이다.


프랑스는 영화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 시장 규모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프랑스 극장산업과 멀티플렉스 현황'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0년 기준 2041개의 상영관에서 6127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 10만 명당 스크린 수는 9.4개로 나타났다. 독일의 스크린이 4926개, 스페인이 3685개, 이탈리아가 5385개, 영국 4480개로,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극장과 스크린 수를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가 15개월 후에나 자사 플랫폼에서 공개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순 없지만, 유럽 영화 시장 내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넷플릭스는 향후 홀드백을 15개월에서 12개월로 축소되길 희망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프랑스도 서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 콘텐츠 산업에 1년간 5500억 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연 매출액은 4154억 5000만 원으로,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한국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프랑스와의 관계처럼 법적으로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지난 1일부터 스탠다드 요금제와 프리미엄 요금제를 각각 12.5%, 17.2%를 인상해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또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 인해 트래픽(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다면서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했지만, 넷플릭스는 망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거부 중이다. '오징어 게임', '지옥', '우리 우리 학교는', '고요의 나라', '소년심판'까지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청 시간 1위에 오르며 한국 콘텐츠와 상생 관계를 이뤄나가고 있지만 문제 해결이나 불만 사안에는 소극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넷플릭스와 프랑스와의 이번 법적 계약 소식을 그저 흘려들으면 안 되는 이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