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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녀·이대남'부터 '1번남·2번남'까지…갈라치기 대선이 남긴 것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2.03.11 05:44
수정 2022.03.10 23:44

'이대녀'는 이재명·'이대남'은 윤석열 지지…20대 표심 극명하게 엇갈리고 젠더갈등만 커져

전문가들 "갈라치기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남녀 문제라기 보다는 세대의 공통 문제인게 많아"

"1번남·2번남 용어들, 일종의 프레임…갈리치기로 적진 분열 노리는 기민한 민주당 선거공세"

진중권 "차별금지 입에 담는 사람들은 하면 안되는 행동…호남, 영남 갈랐던 지역감정 부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20대 남녀를 '이대남', '이대녀' 등으로 갈라치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실제 개표 결과, 20대 남성 표심에 적극 호소했던 윤석열 당선인은 60%에 가까운 이들의 지지를 얻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대 여성에게 6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념적 진영 대결을 넘어 세대·지역·성별 갈등 야기가 중요한 선거 전략이 됐다고 하더라도, 남녀 갈등 해소는 국민통합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1번남' '2번남'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여초 커뮤니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1번남'은 기호 1번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2번남'은 기호 2번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은 2030 남성을 뜻하는 단어다. '1번남'은 외모가 준수하고, 연애와 결혼이 가능한 '스윗한' 남성, '2번남'은 외모가 별로면서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찐따 같은' 남성으로 규정된 도표까지 등장했다.


팽팽한 선거 국면에서 여권 인사들은 더욱 불을 붙혔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6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1번남·2번남 차트'를 띄운 뒤 "다들 1번남이 되고 싶지 않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그러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건 좀 부당하다. 1번남은 (자기가) 1번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2번남은 말하지 못하지 않겠느냐"며 맞장구를 쳤다. 손혜원 전 의원은 "만약 당신이 이번 선거에서 1번을 선택한다면 많은 여자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라는 내용이 담긴 홍보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소개된 '1번남·2번남 차트'.ⓒ유튜브 캡처

'1번남' '2번남'은 외모 비교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2번을 지지한 남성들이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커뮤니티에 방송인 김어준씨, 방송인 김제동씨, 박주민 민주당 의원, '나는 꼼수다' 김용민씨 등의 사진을 붙인 뒤 '미화 필터 뺀 1번남의 현실'이라는 게시물을 만들어 올렸다. 신남성연대는 트위터에 '우리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자랑스러운 2번남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2번남' 인증 사진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스윗 1번남' 게시물.ⓒ온라인 커뮤니티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라치기는) 페미니스트 대통령, 페미니즘 정부라고 한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됐는데 사실 어떤 집단을 나눠서 균열시키고, 어느 쪽을 선호하듯이 보이면 사회적으로 좋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쌓였고, 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이들을 호명했고, 또다시 이들이 1번남, 2번남으로 나뉘어졌다. 이런 갈라치기는 호응을 받기도 이해를 받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언적이고 일회적인 말보다 한번쯤 성별 간 평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회적 혜택이나 자원 분배 문제 등을 제도적으로 검증해볼 필요는 있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다. 선거 때 일시적으로 이루어진 성별 갈등이 바로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역차별적인 정책이 있다면 고치고, 여성에게 필요한 정책은 만드는 등 합리적으로 해나간다면 성별 갈등이 해소돼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대남을 핵심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는 남녀 갈등을 증폭한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자 민주당 쪽에서도 이대녀를 포섭하는 공약을 열심히 펼쳤다. 그리고 선거 막판에 1번남, 2번남이라는 용어도 나왔다. 이런 용어들은 일종의 프레임이다. 갈라치기로 적진의 분열을 노리고 20대 남성 일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선거 전략이자 기민한 민주당의 선거 공세"라고 분석했다.


복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해묵은 이념적 진영 대결에 찌들어 있는 우리 선거가 언젠가부터 세대·지역·성별 갈등 야기를 중요한 선거전략의 포인트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대선처럼 정책대결이 실종된 역대급 비호감 선거의 경우 네거티브에 얹혀 더욱 기승를 부릴 수 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가운데서도 미래 세대의 심각한 분열 요소인 남녀갈등 해소는 국민통합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께서 사실 남녀를 갈라쳤는데 이러다 보니까 여기에 반발한 여성들이 또 남성을 갈라치고 있는 듯한 양상"이라며 "('2번남' 용어 사용 자체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류하는데, 차별금지를 입에 담는 사람들 입장에서 하면 안되는 행동이다. 과거 지역감정이 있어서 호남 사람, 영남 사람을 갈랐던 것처럼 굉장히 안 좋은 양태"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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