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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데로 가, 무서워" 달리는 택시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이 남친에게 보낸 카톡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2.03.08 11:01
수정 2022.03.08 09:29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대학생의 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인의 사망 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무 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자신을 숨진 대학생 A씨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 B씨는 "지난 4일 저녁 누나는 포항역에서 택시에 탑승하고 대학 기숙사로 이동해 달라고 부탁했다"라며 "택시기사는 다른 대학교 기숙사로 오인하고 이동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누나는 택시가 빠른 속도로 낯선 곳을 향해 가고, 말 거는 시도에도 기사가 미동도 없자 남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극도의 불안감을 전달했다"면서 "누나는 본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자친구는 전화기로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여전히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택시기사가 A씨의 목적지를 잘못 알아들었다는 내용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어둡고 낯선 길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누나는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고 의식이 있는 상태로 뒤따라오는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며 A씨가 탑승 직후 남자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대화를 보면 A씨는 택시 탑승 4분여 후 남자친구에게 "택시가 이상한 데로 가"라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어디로?"라고 묻자 A씨는 "나 무서워. 어떡해. 엄청 빨리 달려"라고 했다. 또 "내가 말 걸었는데 (기사가) 무시해"라고도 했다.


이후 남자친구는 A씨를 부르며 "그쪽으로 갈 테니 위치라도 말해줘", "경찰에 신고할게" 등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장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B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과관계가 생략돼 우리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은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게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청원 글을 작성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택시기사는 A씨가 요청한 목적지를 다른 대학교 기숙사로 알아듣고 그곳으로 향했다고 한다.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는 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알아듣고 대답하는 내용이 녹음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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