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2시간째 거의 못 잔 이재명, 경기 6개 도시 누비벼 '강행군'
입력 2022.03.06 01:00
수정 2022.03.06 09:58
D-4, 하남·성남·용인·오산·평택·시흥 등 유세
새벽 울진·삼척 화재 현장 방문 뒤 강행군 이어가
행정 경험 가진 본인 유능함 부각하며 '尹 무능' 강조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尹·安 단일화' 비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제20대 대선을 4일 앞둔 5일 정치적 고향 경기 6개 도시를 훑으며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 표심 잡기에 총력을 쏟았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새벽 경북 울진·강원 삼척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도, 경기도 유세 일정을 단 하나도 취소하지 않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전날엔 서울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강원·경기·서울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빽빽한 일정 탓에 40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후보가 경기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경기도 일정을 하나도 취소하지 않고 전부 소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집에도 못가고 차량 안에서 '쪽잠'을 자면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이날 경기 남부권인 하남·성남·용인·오산·평택·시흥 등을 누볐다. 이 후보는 자신의 강점인 행정 경험을 강조하며 유능함을 부각하는 반면 '윤석열 무능론'을 띄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전격적인 단일화를 비판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초보, 아마추어에게 국정 연습하게 할 것인가" '尹 무능' 맹폭
하남 스타필드 앞에서 이날 첫 유세를 시작한 이 후보는 "울진·삼척 지역에 화재 피해가 크다고 해서 갑자기 다녀오는 바람에 잠을 못 자게 되어서 약간 힘이 빠졌으니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후보는 이어 2002년 16대 대선 투표 전날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단일화 파기)하자, 노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했던 상황을 상기시키며 '윤·안 단일화'에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공화국 주권자 뜻을 아전인수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선거는 결국 간절하게 승리를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가 2002년에 가졌던 그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장 강력한 승리의 무기로 삼자"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끝까지 비난하지 않고 국민의 충실한 일꾼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위기극복, 경제, 통합, 평화를 말씀드리면서 끝까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또 "바로 옆 동네 성남시에서 요만한 권한을 갖고 솔직히 하남시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남을 확 바꿨고, 경기도는 2~3년 짧은 시간에 전국 최고의 광역도시로 인정받게 하지 않았나"라며 "대한민국의 거대한 권한을 제게 맡겨주시면, 주가지수 5000포인트, 국민소득 5만불, 세계 5대 경제 강국을 못 만들겠나.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가 놀랄 제2의 경제 기적을 확실하게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보, 아마추어에게 국정을 연습하게 할 것인가, 검증된 실력을 갖춘 프로에게 국가 경영을 맡기겠나"라고 되물었다.
"대통령이 꿈 아니라 세상 바꿀 권한 필요…함께 바꾸자" 지지 호소
이 후보는 이어 성남 분당구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진행된 유세에선 "여러분의 이웃, 양지마을 주민 이재명 인사드립니다"로 말문을 열며 친근감을 부각했다. 이날 현장엔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답게 주최 측 추산 5000여명(경찰 추산 2500명)의 인파가 몰려 이 후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는 2004년 3월 성남시의회가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부결시키자 시민들과 항의하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배돼 한 교회 지하기도실에서 피신해 있다가 정치를 결심한 점,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연달아 낙선한 뒤 2010년 지방선거 때 성남시장에 당선 돼 재선을 한 사실을 줄줄이 언급하며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저를 키워주신 것도, 저를 이 자리에 오게 한 것도 바로 제가 사랑하는 이웃 성남시민 여러분"이라고 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이 후보의 정치 입문 계기이자 최대 정치적 업적 중 하나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대통령 되는 게 꿈이 아니라 제가 처음 성남시장 나올 때 말씀드린 것처럼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을 여러분과 함께 바꾸고 싶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당선보다 중요한 건 정치 바꾸는 것" 다당제 필요성 강조
용인 죽전로 앞 유세에선 '정치교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유능한 리더가 있으면 무능한 리더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도 분명한데, 또 다른 조건도 필요하다"며 "바로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듯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 그러니까 촛불에 쫓겨난 정치세력이 다시 복귀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당선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정치를 바꾸는 것이다.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산 오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선 "대통령 잘 뽑으면 오산 시민도 자다가 떡이 나올 수 있다"며 "여러분이 원하는 분당선 연장, GTX-C 노선연장 뭐 어렵겠습니까"라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반려동물 등록제 공약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공약하신 분이 있다"며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유세 도중 '오산시민'을 '용인시민'이라고 부르는 해프닝이 발생하자, 이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지금 후보가 거의 40시간 넘게 깨어있다 보니 그러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지금 상황이 좀 이상해지긴 했는데,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 尹·安 단일화 겨냥
평택역 앞 유세에선 "조그마한 계모임도 계주가 잘 하면 잘 된다. 그러나 계주가 엉망이고, 책임감 없고, 불성실하고, 무능하고, 사납고, 거칠면 모임이 되겠느냐. 하물며 국가는 어떻겠느냐"며 윤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올렸다. 그러면서 "경제에, 위기 극복에, 전쟁 없는 평화에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 유세 사회를 맡은 진성준 의원도 "어제 유세를 마친 뒤 한숨도 못자고 울진·삼척 화재 현장을 다녀오시느라, 42시간째 잠을 못 자고 계신다"며 이 후보의 강행군 일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시흥 배곧신도시 광장에서 진행된 유세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를 겨냥해 "지금 상황이 좀 이상해지긴 했는데 뭐 상관있나. 정치는 국민이 하는 거고 역사는 국민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교체, 통합정부 구성 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이 후보는 오는 6일에는 서울 도봉구를 시작으로 성북, 강북, 은평, 서대문, 관악, 동작, 용산 등을 돌며 서울 표심 집중 공략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