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나선 코인원·고팍스…업비트·빗썸·코빗은 ‘아직’
입력 2022.03.03 12:28
수정 2022.03.03 12:55
정부 지침 부재에 업계 대응 재각각
코인원·고팍스 러시아 IP 차단 나서
빗썸·코빗 “전향적으로 논의 중”
코인원과 고팍스가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 흐름에 맞춰 IP차단 등 구체적인 조치에 나선 가운데 업비트와 빗썸, 코빗 등 주요 거래소들의 동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암호화폐 제재 의사를 거듭 밝힌 상황이라 3개 거래소 역시 빠른 시일 내에 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바이낸스 등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거래소들도 존재하는 만큼 대응이 갈릴 것이란 주장도 존재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명계좌 인증을 받은 국내 5개 거래소 중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한 곳은 코인원과 고팍스 뿐이다. 전날 고팍스는 공지사항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러시아에서 접속하는 IP 주소의 사용을 차단하고 러시아 국적 이용자가 등록한 계정 약 20개를 동결 조치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코인원 역시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 된 시점에 별도 공지 없이 러시아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도 북한과 이란 등 위험 국가들에 대한 접속을 차단해 왔던 만큼 특별한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자칫 제재 여부를 공론화할 경우 의도가 왜곡되거나 과장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빗썸과 코빗은 내부에서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IP차단을 포함한 조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제재 시점과 조치 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거래소별로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부의 지침 부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업체들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거래소들의 러시아 제재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업계 1위 업비트가 이를 근거로 들며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비거주 외국인의 회원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러시아 국적의 이용자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당국에서도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거래소들이 위험 국가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접속 차단이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지만 각 거래소별로 처해있는 대외 상황이 다른 만큼 러시아 제재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국제 금융 체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모든 러시아 이용자의 계좌를 동결해달라고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러시아의 개인과 단체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경제 제재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EU 역시 러시아 제재 항목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포함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