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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VFX의 가능성①] ‘지우개’→방향성 결정, VFX의 위상 변화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3.03 10:31
수정 2022.03.03 10:46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 기술 성장…VFX 팀이 기획 초반 단계부터 참여하며 효율성·완성도 높여”

7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팬데믹 시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마블 영화다운 압도적인 스케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 등 전 시리즈의 빌런들까지 총출동한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도시 전체를 누비며 펼치는 화려한 액션 장면들로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뒤틀린 도시 속으로 빨려 들어간 스파이더맨이 닥터 스트레인지와 대립하는 과정에서는 살아있는 듯한 도시가 스파이더맨을 붙잡기 위해 꿈틀거리는 장면이 연출돼 놀라움을 안기기도 한다.


이 외에도 영화 ‘이터널스’, ‘블랙 위도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등 지난해 극장가에서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흥행을 주도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여름과 겨울 혹은 긴 연휴 등 성수기만 되면 큰 스케일의 대작들이 극장을 채웠고, 이 작품들이 그해의 대표적인 흥행작이 되곤 했다. 이 흐름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큰 스크린으로 즐기는 화려한 볼거리가 극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영화 '반도' 스틸

그리고 이 볼거리를 구현하는 VFX(시각 특수 효과)는 이제 영화 산업의 핵심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비주얼이 강조된 작품이 아닌 경우에도 컴퓨터 그래픽(CG)을 활용해 현실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제 역할을 하는 VFX의 중요성에 대해 부인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최신 영화 기술을 스크린 위에 펼쳐내는 것이 영화 흥행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VFX의 중요성과 그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VFX 작업 인력은 배경을 합성하거나 또는 불필요한 것을 지워주는 역할 정도로만 인식되곤 했었다. 작업 전반에 참여하는 핵심 인력이 아닌, 후반 작업에만 참여하는 한정적인 역할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다. VFX가 활용되지 않은 영화, 드라마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진 지금, VFX 인력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VFX 전문기업 모팩 스튜디오의 박영수 부사장은 “역할 자체가 달라졌다. 1세대 인력들은 현장에서 ‘지우개 팀’이라고도 불리며 작업을 했었다.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로 인정을 바독 있지만, 과거에는 기능적인 것을 수행하는 역할로만 인식이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대다수의 작품에서 VFX 인력들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작품을 함께 만들어나간다. 난도 높은 자동차 추격 장면을 비롯해 대규모 군중들과 함께하는 좀비신 등을 Full CG(실제 촬영 없이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만든 이미지)로 만들어 낸 영화 ‘반도’와 같은 작품들도 관객들을 만나는 상황에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VFX 인력이 함께하는 경우들도 잦아지고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진종현 슈퍼바이저는 “과거에는 VFX가 콘텐츠 제작에 있어 부분 작업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력의 한계로 제한적인 화면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술 성장이 이뤄졌다. 이후 연출자는 더 다양한 연출을 시도할 수 있게 됐고, 또 VFX 팀이 기획 초반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제작 효율성은 물론, 결과물의 퀄리티 역시 한층 더 높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엔진비주얼웨이브 이성규 대표는 “지금은 소재도 다양해지고, 전체 예산의 규모가 커지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주얼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났다. VFX가 콘텐츠의 기획, 개발 단계에서부터 참가하는 주도적인 역할로 변화돼 가는 추세”라며 “대부분의 감독과 콘텐츠 제작자가 작품 초기 단계부터 VFX의 컨설팅을 원하고 있고 VFX의 결정에 따라 콘텐츠 제작의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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