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줄 모르고 반복되는 경찰의 과잉진압…경찰만의 잘못인가?
입력 2022.03.02 05:34
수정 2022.03.01 11:32
지난 1월 발달장애인 신모씨 경찰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체포
경찰 "장애인으로 인지 못해"…전문가 "교육·훈련 부재 탓"
"장애인 파악 과정서 신속 대응 늦어질 수 있어…사후 손실보상 방안도 필요"
"시설 밖 장애인 증가하면서 비장애인과 접점 계속 늘어날 것…더불어 살아간다는 인식 개선 중요"
경찰이 장애인의 상태를 모르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오인해 장애인에게 뒷수갑을 채우거나 진압하는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매뉴얼과 교육·훈련 부재로 이런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동화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1월 31일 새벽 경기도 평택에 사는 발달 장애인 신모씨는 동물학대를 한다는 이웃집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당시 경찰은 속옷 차림인 신씨가 바지를 입도록 해달라고 항의하자 벽 쪽으로 밀치거나 신씨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신씨의 가슴과 어깨를 밀치고 몸 위에 올라타 누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에도 혼잣말을 반복하는 특성을 가진 발달 장애인 고모씨가 자신을 위협한다고 오인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고 씨는 뒷수갑이 채워진 채로 경찰에 인치됐다. 고 씨의 가족들은 소속 경찰관들에게서 전혀 사과받지 못했고, 심지어 "장애인 아들을 목걸이도 없이 밖에 내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장애인임을 파출소로 인치한 후에 인지했다.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적 언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고 씨 가족 등은 발달 장애인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뒷수갑을 채워 연행한 점과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기도 했다. 고 씨의 사건 이후 경찰에는 대응 매뉴얼이 생겼지만, 구체적으로 장애인 개별적 특성에 대한 내용은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의 반복 원인으로 구체적인 매뉴얼과 훈련 부재를 꼽았다. 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면 충분히 장애인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의 행동 매뉴얼에 장애인 인권이나 장애인의 특성에 대해 교육받는 과정이 없다"며 "조금만 확인하면 알 수 있는데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기본적인 매뉴얼만 있을 뿐 실질적인 훈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 장애인의 경우 외적으로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조금만 대화를 해보면 짐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찰에게 제압당하는 상황은 비장애인에게도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며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가운데 이러한 오해로 인한 상황이 발생하면 장애인에 대해 더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경찰 업무의 특성상 신속한 현장 대응이 중요한 것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속성은 경찰 업무상 부득이한 특성이다. 현장 경찰의 경우 촌각을 다투는 일이 많다"며 "경찰의 현장 매뉴얼은 단순하고 명료해야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장애인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시간에 대응이 늦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마냥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순간 대응이나 제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나 경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건 이후에 손실 보상을 해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시설 밖 사회로 나온 장애인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는 비장애인과의 접점이 많아질 것인 만큼 장애인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을 통해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동화돼 어울릴 수 있도록 비장애인들이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 안에서 많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접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함께하는 것은 오래 걸리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