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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난다고 생존 걸린 분들에게..." 장애인 출근길 시위 비난, 도 넘고 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2.02.18 05:09
수정 2022.02.17 21:08

장애인단체 출근길 시위 두 달째…"서버 다운에 폭언·협박·모욕 급증"

전장연 "이동하고 싶고 교육받고 싶다 외침에 혐오 아닌 응원의 말 보태 달라"

서울교통공사 직원, 블라인드에 "시민들이 장애인 단체 밀어내자" 글 올려 빈축

전문가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양보·배려심 부족해져…장애인 이해도 교육 개선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해 12월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 단체들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가 두 달째 계속되면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일부 시민들의 비난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폭언과 협박 등 장애인들을 향한 온·오프라인 공격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시민들의 누적된 외부 스트레스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도 교육을 개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합(전장연)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집중 공격으로 전장연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고, 구글드라이브도 파일이 삭제됐다"며 "혜화역 승강장 선전물을 누군가에게 뜯겨나갔고 선전전을 열심히 하고 있는 장애인 활동가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을 알리는 SNS에는 모욕적 댓글이 가득 차있고 전장연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도 있었다"며 "이동하고 싶고, 교육받고 싶고, 노동하고 싶다는 외침에 혐오가 아닌 응원의 말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보장을 위한 예산확보를 요구하며 지하철 곳곳에서 출근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 탈시설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17일도 충무로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17번째 시위를 벌였다. 다만 이날 열차 지연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시위에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월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애인 단체 시위를 처벌해달라고 올라온 청원은 모두 3개다.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기습시위 엄하게 형사처벌 부탁드린다', '사회적 피해를 유발하는 4호선 장애인 시위에 대한 처벌 촉구', '전장연 지하철시위 조치 부탁드린다' 등 제목의 작성자들은 "누군가는 중요한 회의에 늦고, 힘들게 합격한 최종면접에 늦고, 학교에 지각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이 최소 15분에서 2시간까지 지연된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5일 전장연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이버 공격 사진 ⓒ전장연 페이스북

특히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시민들이 장애인 단체를 밀어내자'는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빈축을 샀다. 작성자는 '출근길 장애인 시위 해결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과 직원이 아닌 시민 분들이 그들을 밀어서 내보내고 아니면 승강장까지 못들어오도록 엘리베이터를 점거하면 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공사 측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시위 현장에서 시민과 전장연 간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사 관계자는 "시위 초반에는 시민들이 장애인들을 이해하다가 열차 지연이 많이 생기니 현장에서 격앙된 반응과 갈등이 늘고 있다. 이동이 급한 시민은 심지어 울기까지 한다" 며 "시위 관련 민원이 총 2180건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철도안전법상 지하철은 시위가 안 되는 장소라 불법시위라고 규정했지만 사법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시위 측 입장도 고려해 강경 대응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사는 지난달 박경석 전장연 대표 등 시위 관계자 4명을 상대로 3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누적된 스트레스로 양보와 배려심 등이 줄면서 장애인의 차별, 혐오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민들도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 오래 시달리고, 경제 상황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양보심, 배려심이 약해졌다"며 "예전 같았으면 사회적 약자 목소리를 더 신경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위로 인한 피해조차 억울하고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심석순 부산장신대학교 교수는 "장애인들이 수십 년동안 겪은 불편함에 대한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 출근길 시위까지 오게된 상황인데, 불편하다고 해서 장애인들을 역으로 공격하는 상황은 아직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능력이 낮다고 볼 수 있다"며 "정치인들이 이들의 얘기를 적극 귀담아 듣고 정책을 통해 이들의 권리를 실현하는 게 우선이고, 장애인 단체도 과한 불편감을 유발하는 행동은 조금씩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처럼 장애인 체험을 포함한 체계적 법정교육이 의무화돼 있지 않고 일회성, 형식적으로 진행돼 장애인 인식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릴 수 있도록 법정 의무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근길에서 자주 이들을 마주친다는 한 시민은 "당연히 불편하고 짜증도 나지만 저 분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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