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빽 있는 집안이면 경찰이 변호인" 40대 가장 폭행 '20대女' 무고죄 무혐의
입력 2022.02.25 04:51
수정 2022.02.25 10:08
경찰, 40대 가장 폭행한 20대 만취녀, 무고죄 불송치 결론
40대 가장 "영상·녹취 증거 있는데도 무혐의?…나라가 이러면 어디에 기대나" 이의제기 방침
법조계 "무고죄가 될 수 있는 소지 있는데도, 경찰 구두로 한 말 신고로 인지하지 않아"
"판례나 지침 기준이 시대에 못따라가 수사기관이 무고죄에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
40대 가장을 가족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 등으로 폭행한 후 출동한 경찰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허위 사실을 주장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의 무고 혐의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40대 가장은 악의적인 허위 주장을 처벌하는 무고죄가 있는데도, 사실상 사문화됐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고죄에 해당될 소지가 있었는데도 수사기관이 무고죄 적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40대 가장 A씨는 작년 7월 30일 오후 10시50분께 서울 성동구 소재 한 아파트 산책로에서 20대 여성 B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B씨는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A씨는 1만7000명의 무고 엄벌 탄원서 및 녹취 영상과 함께 B씨를 무고죄 혐의 등으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지난 14일 B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무고죄 불송치 결정에 대해 "B씨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폭력을 쓴다, 추행했다'고 3~4차례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폭행 및 추행의 피해 사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당시 출동 경찰관이 B씨로부터 폭행과 추행에 대한 신고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는 점, 추후에 폭행과 추행에 대해 정식으로 신고한 사실이 없었던 점 등으로 볼 때 무고의 고의가 인정될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아니면 말고식 신고가 판치는 것과 달리 저는 영상과 녹취가 있는데 효력이 없다고 한다"며 "도대체 어떤 증거를 내밀어야 무고죄가 인정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되면 보호할 수단이 없다. 만약 내게 증거물이 하나도 없었다면 꼼짝없이 성추행범으로 몰렸을 수 있고, 저는 꼼짝없이 죄인이 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A씨는 "얼마나 빽(배경)이 있는 집안의 자녀이길래 경찰이 마치 20대 여성의 변호인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무혐의 결론을 낸 문구 하나 하나가 '경찰이 할 말은 아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처럼 지하철이나 식당에선 몸만 스쳐도 성추행 혐의가 적용되고, 벌금이 3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나라가 이러면 저같은 사람이 기댈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라고 분노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경찰의 무고 혐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선 상황이 담긴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면서 "20대 여성 B씨의 모욕 혐의에 대해선 지난 15일 불구속 송치됐고, 상해 혐의는 당초 검찰로 넘어갔으나 휴대전화의 특수부위로 신체부위를 가격하는 건 특수상해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동부지검에 제출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정우 강지재 변호사는 "고소장을 반드시 작성하지 않더라도 출동한 경찰관에게 '추행당했다'고 구두로 주장하거나 진술을 한 것만으로도 신고로 판단할 수 있어 요건은 충족할 수 있다"며 "나중에 그런 적 없다거나 신고할 지 말 지 고민했다고 주장할 수 있어 보통은 다 고소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고죄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데도 경찰이 여성이 구두로 한 말을 신고로 인지하지 않아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YK 부산 김범한 형사법전문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무고죄가 인정돼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사회적 흐름을 보면 서로 신체 접촉이 아예 없었는데도 그걸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정도는 돼야 무고죄로 인정받을 수 있지, 신체접촉 자체가 조금만 있어도 무고죄로 처벌 안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성을 가지고 타인을 형사처분할 목적이 있고, 허위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되는데, 여성이 경찰관에게 '폭력을 쓴다, 추행했다'고 3~4차례 말한 정도로는 무고죄가 성립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지금 수사 지침상 무고죄 수사는 남성에 대한 성범죄 여부를 검토한 후 불기소가 확정돼야 무고죄 수사를 할 수 있는 등 판례나 지침 기준이 시대에 못따라가 수사기관이 무고죄에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