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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명 운집 '택배노조' 집회, 진보당 선거유세로 신고…꼼수 집회 비난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2.02.21 18:26
수정 2022.02.22 11:37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 CJ·롯데·한진·우체국 등 참가…"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

노조 "업계 최고수준 연봉 8516만원? 구경도 못했다…노동환경 20년 전으로 돌아가"

위원장 "본사 점거 일부 해제하겠다" 대화 여지…단식농성 돌입, 모든 택배사로 파업 확대 검토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 선거 유세로 신고돼 인원제한 적용 받지 않아…"김 후보 덕에 대회 성사"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 대회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56일째 파업중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가 14일 2000여명이 결집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진보당 대선 후보의 선거유세로 신고돼 인원 제한을 받지 않아 '꼼수 집회'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노조는 집회에서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일부 해제하기로 하며 대화 해결의 여지를 남겼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사측은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사는 CJ대한통운 외에도 로젠·롯데·한진·우체국 택배노조도 참석해 집회 측 추산으로 2000여명이 현장에 운집했다.


택배노조는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며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지난 10일부터는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의 대부분을 회사가 챙기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김태완 택배노조 부위원장은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들의 연평균 소득이 업계 최고수준인 8516만원이라고 주장했는데, 우리는 생전 그런 연봉을 구경도 못했다"며 "사회적 합의 이후로 국민은 우리가 택배분류 작업을 안하고 근로조건이 나아진 줄 알고 있지만 노동환경은 2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재벌공화국"이라며 "CJ대한통운은 교섭하라는 조항도, 사회적 합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도 싫지만 요즘은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더 밉다"며 "택배노동자 22명 목숨을 잃을 때 우리더러 가만있으면 된다고 하던 그들은 이제 어딨느냐"고 규탄했다.


박성운 CJ택배공동대책위원장 공동대표는 "코로나 감염병 시대, 택배 과로사 방지를 위해 소비자들이 눈물 젖은 돈으로 택배요금 추가부담했는데, 그 돈이 이제 어디로 갔는지 묻고 있다"며 "택배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쓰였는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국민 여러분이 국토부를 감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택배노동자들도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성실히 이행하라', 'CJ대한통운은 즉각 대화에 나서라', '7000조합원 단결투쟁' 등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 대회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행사 마지막에 '본사 점거 농성을 일부 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발 물러났다. 진 위원장은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다시 한번 주기 위해 노조는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며 "오늘부로 본사 3층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성 해제가 CJ 측에 잘못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면 점거 농성보다 더 큰 농성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1층과 3층을 기습 점거하고 있는데, 1층 로비에서만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이다.


이어 진 위원장은 사측이 대화를 수용할 때까지 물과 소금을 끊는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택배노조 전 조합원이 CJ 측에 맞서 끝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또 파업을 모든 택배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없고, 택배요금 인상분 사용처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측은 택배기사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과 택배사가 계약을 맺는 '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구조인 만큼,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협상에 나서면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또 택배요금 인상분은 노조가 주장하는 170원이 아닌 140원이고, 이 가운데 50%가 기사 수수료로 배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방역지침을 넘는 대규모 집회를 '꼼수 집회'라고 비난했다. 현재 방역 기준상 집회로 모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은 백신접종을 완료한 299명이지만, 이날 행사는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의 선거유세로 신고돼 인원제한을 적용받지 않았다. 방역지침상 선거운동에서는 참가 인원 제한이 없다.


현장에서도 택배노조 측 관계자는 "선거운동에는 인원제한이 없고, 다른 정당 유세현장에도 수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며 "김 후보의 유세차량 덕분에 택배노동자대회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코로나 시대에 집회의 자유와 국민 생명권 간 접점을 찾은 게 방역지침"이라며 "집회를 선거운동이라고 꼼수를 부려 수천명씩 모이는 걸 허락해 놓고 다른 집회는 299명으로 제한해놓은 것은 말그대로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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