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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러시아는 '윈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2.17 04:01
수정 2022.02.17 13:18

'지정학적 요충지' 우크라

극한대립 '인위적 연출' 가능성

(오른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두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국과 러시아가 외교적 해법 모색에 주력하는 가운데 이번 갈등의 '최대 수혜자'가 미러 양국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가치에 주목해 양국이 으르렁대고 있지만, 이면에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최근 세종연구소를 통해 펴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의 지정학적 충돌'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를 '전략적 요충지'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의 대외적 선택이 유라시아 세력 판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가 역내 정치 지형을 흔들 수 있는 만큼, 미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나토를 앞세워 동진(東進)을 꾀해왔다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입장에선 전통 세력권 보전과 통제권 강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미·러 양국 모두에게 결코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지정학적 경혈(經穴)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대립각을 키워온 미러가 다른 속내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의 격렬한 대립은 표면적으로 헤게모니 투쟁"이라면서도 "이면에는 다양한 수준의 전략적 의도도 내포돼 있다. 미러가 우크라이나를 지렛대로 한 극한 대립을 인위적으로 연출해 양국이 실질적으로 얻고자 하는 지정학적 노림수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美,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약화됐던 'EU 영향력' 회복 계기


'동맹 복원'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결속력이 약해진 유럽 동맹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 안보위기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홍 교수는 "러시아를 주적화해 유럽 국가들의 미국 의존적 안보 구조를 항구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전면전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러시아와 제한적 무력충돌 내지는 일정 수준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럽 내 미국 헤게모니를 유지시켜주고 전략적 수익을 크게 해준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홍 교수는 미국이 △외교·안보 자율성을 꾀하는 유럽연합(EU) 길들이기 △독일·프랑스에 대한 통제권 강화 △유럽 천연가스 수출시장 점유율 확대 △러시아·EU 간 경제적 디커플링 확대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만회를 위한 국면전환용 승부수 등의 의도를 깔고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中에 가렸던 러 존재감 부상
美·EU 대러공조 어렵게 만들어


홍 교수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갈등이 러시아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고리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이유와 관련해 "나토의 동진 차단이 전부가 아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겁박 전략은 단선적이지 않고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재팽창 야망은 물론, 중국에 가려진 러시아의 지정학적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미국에 맞서는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목적에서 국민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홍 교수는 러시아가 △미국과 EU 분리하기 △EU 내부 분열시키기 △우크라이나의 '경거망동' 제어하기 등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의 갈등국면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및 군사적 대응 수위를 두고 EU 소속 국가 간 이견이 크다는 게 홍 교수 지적이다.


그는 "에너지·교역·안보 문제 등에서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맞물린 EU 핵심 구성원들은 대체로 경고성 대응과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면서도 "친미성향의 중·동부 회원국들은 고강도 경제제재와 함께 선제적 군사 대응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얽히고설킨 유럽의 지정학적 현실은 강온세력 간 합의점 도출을 어렵게 하고 공고한 단일대오 형성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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