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말괄량이로 돌아온 한담희, 전 세대의 ‘사랑’ 노린다
입력 2022.02.15 15:51
수정 2022.02.15 20:01
신곡 ‘아이 라이크 잇 머니’(I like it money) 발표
가수 한담희가 새로운 곡을 내놓았다. 지난 2019년 ‘달빛연가’로 활동한 이후 2년 8개월만이다. 그런데 음악이 확 달라졌다. 트롯과 EDM의 조합이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듣자마자 느껴졌지만, 가수의 톤마저 변했다.
“이 노래에 맞게 익살스럽게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원래 제가 특유의 콧소리가 있는데, 그것을 강조했죠. 노래 자체가 개구쟁이 같은 느낌이잖아요. 한번도 예전에 불러보지 못한 창법이긴 하지만, 대표님이랑 의논을 했죠. 결국 이 곡에 맞춰 목소리를 바꿨죠. 제 곡마다 부르는 느낌이 당연히 다르긴 한데, 이 곡에서 가장 제 색깔이 강하게 보여준 것 같아요”
신곡 ‘아이 라이크 잇 머니’(I like it money)는 곡 소개에서 ‘박한 세상 속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별 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행복이라는 최면을 걸어 우울하고 불안한 삶을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사를 보면 철저하게 돈을 따르는 모습을 그렸다. 당연히 현실을 비트는 내용이지만, 가사만 보면 ‘속물 인생’ 같은 느낌도 줘 아이러니했다.
“직설적인 가사를 쓰긴 썼죠. 가사를 자세히 보면 ‘주문을 걸어 오늘만큼은 즐겨봐’라고 나오는데, 이 다음에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 거에요. 제가 돈이 많은 입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속물이 맞는데, 실제로 너무 없기 때문에, 며칠째 컵라면을 먹기 때문에 속물이 될 수 없어요. (웃음) 그래서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거죠. 사실은 청담동 몇 번 안 갔지만, ‘청담동 인싸’라고 말하는 거죠. 시크릿의 끌어당기는 법칙 같은 것을 알려주려 한거죠.”
이에 대해 소속사 빅포 엔터테인먼트 백민혁 대표는 “안무를 보면 돈 달라는 안무도 있고, 기부춤도 있어요. 추후 나올 뮤직비디오를 보면 허세 쩌는 인플루언서를 풍자하기도 했고요. 조금 어려운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대리만족을 했으면 좋겠고, ‘나도 될 수 있다’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합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앨범 크레딧에 보면 재킷에 나오는 한담희의 모습에서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스타일리스트까지 본인 스스로 했다고 나온다. 과거 작품 캐릭터인 ‘말괄량이 삐삐’ 느낌도 있고,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나오는 할리퀸의 느낌도 있다. 곡 제목과 가사만 보면, 오히려 더 세련된 모습으로 돈을 들고 있는 것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의외의 콘셉트였다. ‘청담동 룩’이 아닌 ‘말괄량이 삐삐’라니.
“일단 안무랑 콘셉트가 잘 맞는 것 같았어요. 레트로풍의 멜로디 때문에 그런 느낌을 주고 싶어서, 줄무늬가 들어간 의상 등을 선택했어요. 이전에는 제가 차분한 느낌을 주로 줬는데, 이번에는 발랄하고 말괄량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게다가 이 노래를 차분한 상태에서 부르며 춤을 출 순 없잖아요. (웃음) 재킷 사진을 통해 뭔가 확실하게 ‘애가 변신을 하는구나’를 담고 싶었어요. 전문 스타일링이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확실히 변했다’라는 메시지를 파격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죠. 물론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후반 작업을 하면 스타일링이 달라질지 모르죠.”
한담희는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지코와 작업한 Girl’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가수로 데뷔해 ‘미스트롯’ 시즌1에서 20인 안에 이름을 올리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행운이었어요. 데뷔한 지 6개월 만에 군부대 미션까지 올라갔으니,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전 가수는 방송으로 주목받는 것보다는 노래가 떠야 된다고 생각해요. 방송으로 주목받는 것은 그 부분은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터지면서 좋았던 것은 곡 작업에 더 집중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는 점이죠. 이 노랠 띄우기 위해서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미스트롯’) 그 이후에도 연락이 많이 왔는데, 저희는 안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했죠.”
한담희는 디자인을 전공하려했지만, 집안 상황으로 인해 항공운항과에 진학했다. 다양하게 해본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 알려진 것만 보더라도 활동의 스펙트럼이 꽤 넓다. 특히 한담희는 구혜연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거나 모델로 활동했다. 비록 단역이지만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 현장에 분위기로 인해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가수의 선택은 의외였다.
“제가 모델 일을 할 때 목표가 있었어요. ‘TV광고 메인 모델로 하나 찍자’고 생각했죠. 전 그것을 일단 이뤘어요. 그 시점에서 제가 광고 모델로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했죠. 그때 지금의 대표님을 만났어요. 배우로 가기에는 제가 아는 사람도 많이 없고 리스크가 너무 컸죠. 그러나 가수는 케어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달랐죠. 지금의 선택은 잘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방송이나 배우에 아예 관심을 놓은 것은 아니에요. ‘미스트롯’ 촬영 당시에도 영화 한편을 같이 찍기도 했어요. 전 ‘이것만 해야지’가 아니라, MC든, 쇼호스트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죠.”
현재 한담희의 나이나 경력은 가요계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 데 다소 애매할 수 있다. 보통은 현 시점에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트로트로 안착할 것인지, 장르를 넓히는 쪽으로 갈지. 한담희는 굳이 선을 그으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다양하게 하고 싶죠. 이전에 웹드라마에 작업한 OST곡은 야구 응원가로 쓰일 수 있을 정도의 곡이에요. 이것처럼 다양한 장르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보통 전통 트로트를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이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부모님만 봐도 김건모, MC스나이퍼 노래 너무 좋아하세요. 노래가 좋으면 어느 특정 세대가 아닌, 전 세대가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장르를 결합해서 다양하게 가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굳이 ‘이것만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