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의지' 거론 말고 '최종상태'부터 규정해야"
입력 2022.02.07 04:30
수정 2022.02.06 20:01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는 '군축론'
"'완전한 비핵화' 개념 견지해야"
북한과 미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협상 재개 시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4일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관한 '2022 외교안보컨퍼런스'에서 "북한은 단 한 번도 비핵화 최종상태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북미 협상이 급물살을 탔던 지난 2018년부터 이듬해까지도 "그 부분(최종상태)을 협상 주제에 올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우 연구위원은 "북한 행동을 보면 우리가 원하는 차원의 비핵화를 (생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릇된 협상 방향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비핵화 의지라는 말(표현)로 행동을 담보할 수 있느냐"며 "비핵화 의지라는 단어는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때 전혀 필요 없는 단어"라고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며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북한 대변인 역할까지 자처했음에도 실질적 비핵화 진전은 이끌어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우 연구위원은 비핵화 최종단계와 관련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일부 군축론자들이 현실적 한계를 감안해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 협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를 위해선 완전한 비핵화 개념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우 연구위원은 '핵물질을 숨겨둘 경우 찾기 어려워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단 1g의 일부 핵물질도 없는 상황을 추진하자는 게 아니다. 북한 정권이 정치적으로 '비핵화됐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그다음 상황은 사실 그것(숨겨둔 핵물질)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 '과정'상 한계를 내포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상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여지가 있는 만큼, 목표 자체를 낮춰 잡을 이유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축적해온 무형자산이 완전한 비핵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호 국방대학교 교수는 핵·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북한 기술자들이 최소 3000명에서 1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할 건가. 축적된 자료들이 있기에 노하우는 없앨 수 없다는 얘기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핵·미사일 기술과 관련해 북한이 쌓아온 무형자산을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결국 핵을 없애는 게(완전한 비핵화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태용 의원은 미국 전직 관료가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북한에 쓸 수 있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며 해당 관료가 "이란에 쓴 최대 압박을 생각하면 (북한에 대한 압박은) 수준이 훨씬 못 미친다는 얘기를 했다. 군사적, 정치적으로 최대 압박을 어떻게든 더 달성해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