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진흥책 논의 활발…지지부진 '자율등급제' 도입 언제쯤
입력 2022.02.04 06:00
수정 2022.02.03 17:17
OTT 업계, '자율등급제' 도입 최우선 순위 꼽아
국회, 정부 등 도입 필요성 공감하지만 부처간 갈등에 지연
"콘텐츠 증가에 적체 현상 심화…국내 OTT 성장 저해 우려"
대선을 앞두고 미디어 산업 중심으로 부상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미디어 정책 논의가 활발하다. 여야 모두 OTT 진흥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OTT 업계에서는 '자율등급제'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이하 특위)와 더불어민주당 미디어·ICT특위는 차기 정부 미디어 공약 발표를 준비 중이다. 두 특위 모두 공통적으로 미디어 부처를 통합하는 등 거버넌스 개편과 OTT 진흥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양한 진흥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OTT 업계가 가장 필요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을 통한 자율등급제 도입 추진이다. 자율등급제는 현재 영상 콘텐츠에 대한 사전등급분류제 대신 자율등급제(자체등급분류제)를 도입해달라는 내용이다.
사후 심의를 받는 방송 채널과 달리 OTT 영상 콘텐츠는 영비법의 비디오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상으로 서비스(제작 또는 배급)할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사전에 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율등급제 도입 내용을 담은 영비법 개정을 입법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법제처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자율등급분류제 도입 내용을 담아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 역시 계류된 상태다.
최근 OTT 업계는 자율등급제가 진척되지 않자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제성있는 콘텐츠를 적시에 공급하는 것에 따라 OTT 성과가 좌지우지 되지만 현재 사전등급분류제는 등급을 매기는 속도가 느린 데다가 콘텐츠 수가 늘어나면서 심의가 지연되고 있디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월25일 서울 강남구 왓챠 사옥에서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미디어·ICT 특별위원회-한국OTT협의회 정책제안 간담회에 참석한 이태현 웨이브 대표, 양지을 티빙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는 콘텐츠 ‘시의성’ 확보를 위해 자율등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사후심의를 받는 방송사 콘텐츠를 재송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방송과 차별화된 확장판, 무삭제판 등 연계 콘텐츠 선보이려면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편집을 훨씬 앞당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해외 드라마 시리즈를 공급할 경우 콘텐츠가 대량이기 때문에 오픈이 지연되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더해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사업자들이 다수의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국내 OTT들의 콘텐츠 심의가 지연되는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자율등급제 도입에 여야간 이견이 없고 이같은 심의 지연이 사업자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부처간 의견을 통합해 낡은 영비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국내 OTT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불구하고 문체부의 영비법 개정안이 좀처럼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부처간 의견 조율 문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개정안이 문체부 권한 아래 OTT사업자들을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것을 두고 타부처와 합의가 쉽게 이뤄지고 않고 있어서다.
방통위는 올해 OTT서비스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하는 법안을, 과기부는 OTT사업을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세 부처가 서로 OTT 산업을 각 부처 영역으로 편입하려고 경쟁을 벌이면서 영비법 개정안에도 쉽사리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문체부의 영비법 개정안은 지정등록제이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외에 또 다른 중복 규제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자율등급제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만큼 빠르게 입법을 추진하고 사후에 수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전문경영대학원 교수는 "부처 간 경쟁 때문에 OTT 산업 육성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율등급제 도입은 어려운 절차가 아닌만큼 빠르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