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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원칙’…스스로 가치 떨어뜨리는 공정위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1.20 13:18 수정 2022.01.20 13:19

해운담합 과징금 감액 논란에 침묵

대우조선 합병 심사 미루다 EU 결정 지켜만 봐

아시아나 M&A도 주변 경쟁당국 눈치보기 급급

18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외 23개 선사들의 해운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사 운임 담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해운업계 반발은 물론 공정위가 또다시 ‘눈치보기’ 결정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가담한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962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들 선사가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해당 수출·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운업계에서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며 반발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962억원을 놓고 눈치보기 결정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애초 공정위가 관련 정기선사들에 발송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는 과징금 규모가 최대 8000억원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최종 과징금이 8분의 1수분으로 낮아지자 공정위가 ‘유죄’를 판결하면서도 정치권과 해운업계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국회에서 해운업에 대한 공정위 제재 권한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눈치보기 비판에 힘이 실린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줄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점도 논란을 키우는 원인이다. 이례적으로 조성욱 위원장이 직접 브리핑할 정도로 이번 사안의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공정위도 알면서 정작 과징금 감액 사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합의장(전원회의)에 못 들어가서 (감액 이유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면서 “해운업의 특성이랄지 이 사건의 공동행위의 어떤 특수성,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과징금 규모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무산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공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2년 6개월 가까이 심사를 끌어왔다. 2019년 심사를 시작해 지난해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해를 넘겼다.


해당 사안은 지난 13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서 ‘불허’ 결정을 하면서 자동으로 마무리됐다. 심사 초기 김상조 전(前) 공정위원장이 “공정위가 먼저 결론을 내려 외국 경쟁당국이 우리 판단을 참고하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그로 인해 2년 6개월 동안 조사에 매달려 온 조사관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됐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M&A는) 기업 간 인수합병 독과점 우려가 있다면 공정위가 불허하면 될 일을 3년이나 넘게 끌었다”며 “산업계를 생각했다면 유럽연합 판단을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 판단을 내렸어도 됐는데 공정위가 눈치 보기 급급했던 게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아직 심사가 남아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애초 지난해 6월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했으나 해를 넘긴 지금까지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공정위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8개국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나서 심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최근 최태원 SK 회장의 주식 편취 사안이나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롯데그룹 해외 계열사 지분 허위공시 사건 등에서도 이런 논란이 뒤따르면서 결국 눈치보기가 공정위 고질병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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