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치솟는 물가에 반대 행보 ‘눈길’
입력 2022.01.14 06:51
수정 2022.01.14 08:23
국내 과자 가격…“9년째 동결 고수”
포트폴리오 다각화, 해외시장 확장 등 노력
비용 효율화 작업·착한 포장 프로젝트 실시
연초부터 각종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반대 카드를 꺼내들면서 차별화 행보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 있다. ‘오리온’이 그 주인공이다. 식품·외식업체들의 무더기 가격 인상 소식에도 수년째 가격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오리온의 과자 가격은 9년째 그대로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경쟁사 모두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유일하게 유지중이다. 제과 제품의 원료인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나홀로’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도 가격 인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해태제과, 롯데제과 등 주요 제과업계는 물론 라면, 간편식 등 식품업계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나온 공식 발표다.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를 우려했지만 오리온은 지난해 이런 전망을 보기좋게 일축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간편대용식을 비롯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오리온은 저출산과 수입 과자, 디저트 카페 등의 공세로 정체에 빠진 국내 제과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담철곤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초코파이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이와 함께 국내서는 각종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제조원가율 상승폭을 상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생산과 물류의 데이터 기반 재고관리, 글로벌 통합 구매관리, 비효율 제거 등 원가 관리를 통해 원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했다.
오리온은 제품 중량을 늘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제품 중량은 늘리고 포장재는 줄이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초코파이, 포카칩, 오!그래놀라, 치킨팝 등 17개 제품의 양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렉소 인쇄’ 2호 라인의 가동을 개시하며 환경 친화적 포장재 적용 제품의 본격 확대를 알리기도 했다. 플렉소 인쇄는 기존 그라비어 방식과 달리 양각 인쇄를 통해 잉크와 유해화학물인 유기용제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포장재 생산 방식을 말한다.
오리온은 이렇게 절감된 비용으로 이윤을 내지 않고 ‘소비자 가치 증대’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제품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 하고 남는 이윤을 또 다시 제품 증량 등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선택을 통해 매출과 이익은 늘고 환경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비결은 ‘데이터 경영’에 있다. 오리온은 2016년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발생하는 판매 시점 정보 데이터(POS)를 구매해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트렌드를 파악해 제품 생산량을 조정해 왔다.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생산량을 줄여 재고를 최소화하는 등 효율적인 경영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오리온의 반품률은 0.5%(지난해 상반기 기준)로 거의 반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영업이익률 역시 15%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플렉소 인쇄설비 추가 가동을 통해 더 많은 제품에 환경 친화적 포장재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며 “포장재 혁신뿐 아니라, 국내외 법인의 생산설비 개선을 지속하며 친환경 경영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