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태’ 찾기 시동...함영주·지성규·박성호 각축
입력 2022.01.12 10:41
수정 2022.01.12 10:42
12일 회추위 첫 회동, 이달 중 후보군 추려
오랜 연륜·안정적 리더쉽 함영주 ‘유력’
하나금융그룹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후임을 선임하는 절차에 돌입하며 유력 후보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첫 일정을 시작한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 만료가 3월인만큼 이르면 내달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첫 회동을 갖고 외부 자문기관(서치펌)이 추천한 후보들에 대한 검토 작업에 나선다. 이달 중으로 20명 안팎의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하고, 다음달 최종후보자명단(숏리스트)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이 공개적으로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금융권은 다음 회장 후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함영주 부회장, 지성규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김 회장과 오랜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2인자 함 부회장(만 66세)이다. 1980년 서울은행(현 하나은행)에 입행한 그는 2015년 하나·외환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 단 1년만에 노조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순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6년에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하나은행장과 지주 부회장직을 겸임하며 차기 회장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하나금융의 ESG 부회장을 맡은 뒤 각종 캠페인과 기부행사 등 공식 활동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후보군 중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 회장 대신 주요 회의를 이끄는 횟수가 늘어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11월 그룹 계열사 워크숍도 함 부회장이 총괄한 바 있다. 오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리더쉽은 물론, 빅 이슈가 터질때마다 국정감사 등에 출석하는 등 그룹의 궂은일도 도맡아 온 만큼 대체 불가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 함 부회장은 지난해 회추위가 추린 최종 회장 후보군에도 김 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렸었다.
지성규 부회장(만 59세)은 2019년 함영주 부회장 (당시 하나은행장) 이후 은행장에 오르며 그룹내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임기 첫 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다. 2019년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2조1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으며, 경쟁사인 KB국민과 신한은행과도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대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로 디지털 사업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나원큐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얼굴인증 서비스, 대환대출 서비스 등을 선보였으며 이중 비대면 하나원큐신용대출 상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월부터 하나금융지주 디지털부회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 법인에서도 오래 근무해 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에도 밝다는 것이 강점이다.
단 함 부회장이 연루된 채용 관련, 파생결합상품 관련 소송은 불확실성 요인이다. 지 부회장 역시 사모펀드 관련으로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성호 하나은행장(만58세)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34년 동안 하나금융에 몸을 담아온 정통 ‘하나맨’이다. 그룹내에서 글로벌과 디지털을 모두 소화해냈으며, 36살에 지점장을 맡는 등 영업에도 정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회장과는 경영지원실장 시절 호흡을 맞췄으며 그룹내에서 하나-외환 전산통합, 금융권 최초 통합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성공시키며 그의 신뢰를 얻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하나은행장을 맡아 그룹 핵심계열사인 하나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하나금융 그룹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당시 박성호 행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특히 위의 후보들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음에도 함 부회장과 함께 최종 회장 후보군에도 깜짝 포함돼 전도유망함을 과시했다. 박 행장의 하나은행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 2조 클럽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7.6%가 늘어난 1조947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