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윤석열·이준석 관계, 결국 파국 맞나
입력 2022.01.06 15:00
수정 2022.01.06 15:21
선대위 쇄신 방안·인선 놓고 '충돌'
극적 화해 가능성 감지됐지만 무산
의견·타이밍 지속적으로 엇갈려
의총서 이준석 사퇴 촉구 결의안 논의…당 전체 내홍 우려
당대표 선출과 정치 입문 이후 줄곧 삐걱대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관계가 결국 대선을 60여 일 앞두고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 각자의 갈등 국면 극복 방안을 제시했으나, 어떤 처방에도 좀처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6일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이철규 전략사무부총장 임명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면으로 맞섰다.
그간 윤 후보의 선대위 운영 방식에 대해 아쉬운 점을 언론 등을 통해 지적하면서도 면전에서의 논쟁은 삼갔던 이 대표였지만 이날만큼은 이철규 부총장 인선안 상정을 거부하고 당사에서 윤 후보를 직접 만나 불만을 표출했다.
이 대표가 이철규 부총장 임명안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배경에는 이 부총장이 개편 전 선대위 체제가 실패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였던 윤 후보의 핵심 관계자, 소위 '윤핵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사라는 판단이 자리했다는 관측이다.
'윤핵관'의 핵심으로 알려진 권성동 전 사무총장과 가까운 이철규 의원을 또 한 명의 윤핵관으로 분류되던 윤한홍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전략사무부총장 자리에 임명한다는 것은, 선수만 바뀔 뿐 이전 선대위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의 반대 의사 표시에 오히려 명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일 소위 '울산 회동'을 통해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후보가 선거에 필요한 사무에 관해 당대표에 요청하면 당대표는 후보의 의사를 존중해 따르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조항에 합의했기에, 이 대표가 거부권을 행사할 구실이 없다는 설명이다.
윤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선대위 체제의 전면 쇄신을 선언한 윤 후보가 고심 끝에 결정한 인선안을 비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선대위의 쇄신을 돕겠다는 것인지, 방해하겠다는 것인지 캠프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윤 후보가 이철규 부총장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상황이 종료됐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기며 당 안팎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전날 감지됐던 극적 화해의 가능성이 재차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전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이라는 초강수와 함께 선대위 쇄신 의지를 드러내자 긍정적 평가를 보내며 '연습문제'라는 형태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선대위 쇄신 방안을 전달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윤 후보가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향해 출근길 인사를 진행하고, 2030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던 젠더 문제와 관련 특위 구성, 플랫폼 노동 체험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 본인 또한 해당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당사에서 대선까지 남은 기간 숙식을 하며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임하겠다는 뜻도 함께였다.
하지만 전날 오후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공지 없이 지하철 인사 등이 빠진 공식 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자신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판단해 "무운을 빈다"는 말로 선거에서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상황은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했다. 이날 오전 윤 후보가 사전 공지 없이 여의도역에서 깜짝 지하철 출근 인사를 진행하며 이 대표를 향해 간접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사전에 연락이 없었다. 관심 없다"며 이같은 관측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본다"며 "서로 조금씩만 자존심을 굽히면 되는데 왜 대의를 생각 못하고 사소한 부분에 매몰돼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는지 당 구성원으로서 답답한 마음"이라 언급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현역 의원들이 이준석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놓고 장시간 논의에 들어가며 자칫 당 전체로 내홍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공개로 진행된 논의에서 이 대표의 행보와 거취를 놓고 다수의 의원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논의 도중 초선 박수영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이코패스·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양아치가 있다. 당대표란 사람이 도운 게 뭐가 있나, 말해보라"고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이 대표를 비난하는 등 분위기가 상당히 격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1시경 의총을 정회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총을 속개해 논의를 이어간다. 이준석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의원들과 토론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대표는 일부 강성 의원의 요구대로 토론이 언론 비공개로 결정될 경우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