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떠나 보낸 윤석열…이준석과도 여전히 '평행선'
입력 2022.01.05 16:02
수정 2022.01.05 17:37
윤석열·이준석, 애매모호 관계 지속
李, 5일 오후 尹 접촉 피한 모양새도
당 일각 대표 사퇴 요구엔 일축 나서
새출발 위해 명확한 관계 설정 필요성 제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배제한 새로운 선대위 체제를 발족하며 정체를 겪고 있는 현 상황을 정비하고 재출발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선대위 쇄신 문제를 둘러싸고 윤 후보와 갈등을 겪었던 이준석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당 일각의 사퇴 압박에도 이 후보는 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준석 대표는 5일 오후 2시에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 참석을 예고했다가 30분여를 남겨놓고 불참을 통보했다. 해당 일정에는 같은날 오전 선대위 쇄신안을 발표한 윤 후보가 당초 계획에는 없던 참석을 예고해놓은 상황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윤 후보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불참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새해 첫날 국립현충원에서 한 차례 마주쳤다가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 어색한 기류를 연출하며 불필요한 구설수를 낳았던 만큼, 관계 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굳이 한 자리에 함께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단, 당대표 공식 일정으로 공지됐던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하며 만남을 피하는 것 또한 부정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어떤 속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마냥 피하는 것만도 능사가 아니지 않나"라며 "당의 투 톱이라 할 수 있는 대선 후보와 당대표의 관계가 이렇게 소원하니 당에 전반적으로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편으로 당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향후 거취를 놓고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어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전날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에서 내부적으로 이 대표의 퇴진을 결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퇴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자진 사퇴를 전혀 고려한 바 없다"며 현역 의원 전원의 당직 사퇴에 대해서도 "당을 위해 그렇게 판단하는 분이 있다면 존중하고 결원은 제가 채우도록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부 당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당대표 소환'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이 대표는 "당원들 20%의 서명을 모으는데, 그것도 시도별로 10%씩 맞춰야 한다"며 "그 정도 노력에 조직력이면 차라리 윤 후보를 당선시키고 말지 '이준석 대책위원회'도 아니고 그것을 왜 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선대위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꾼 뒤 새로운 출발을 내건 만큼, 이 대표와의 관계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 대표가 선대위에 복귀하든 하지 않든, 명확한 역할을 설정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당내 혼선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이날 선대위 전면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두고 "우리 둘 다 국민과 당원이 정권교체에 나서라고 뽑아준 것이다. 저나 이 대표나 똑같은 명령을 받은 입장"이라며 "이 대표가 대선을 위해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 하실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런 식의 애매모호한 상황·관계 규정은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켜보는 국민부터 이들이 언제 또 부딪힐까 조마조마하지 않겠는가"라며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회동을 가지든 연락을 취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원로 혹은 중진 의원들이 둘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오후 3시로 계획됐던 이 대표와 중진 의원 간 연석회의가 취소됐는데, 회의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윤 후보 회견이 있던 날 중진들과 대표가 만나 또 다른 단락을 만드는 것이 홍보 전략상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취소의 배경을 전했다.
연석회의가 이 대표를 향한 성토의 장이 될 것이라 예측됐던 상황에서, 굳이 당내 대립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의장은 "이 대표도 당대표로서 맡은 바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며 "모든 시선이 윤 후보에게 갔기 때문에 후보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는 게 필요하다. 당의 대동단결로 국민들에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견지에서 오늘 모임은 안 하는 게 좋은 것"이라 강조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순리대로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 각자 소구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하는 지지층이 있는 만큼, 섣부른 결별이나 외면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해를 불러올 수 있기에 신중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