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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cm 막대기 엽기살인' 피의자 휴대전화 분석…서울청장 "살인범죄 인지할 수 없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2.01.03 13:23
수정 2022.01.03 17:05

"누나 때리고 있다" 첫 신고…경찰 출동 당시 가해자 말 바꿔

경찰, 한차례 출동했다 "술 취해 잔다" 피의자 진술만 듣고 철수

최관호 서울경찰청장 "국민의 관점에서 미비한 점 있었는지 확인하고 정확하게 밝힐 예정"

경찰, 고의성 판단해 폭행치사서 살인혐의 변경…성적의도 폭행 가능성

경찰서 내부전경ⓒ연합뉴스

남자 직원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폭행해 숨지게 해 구속된 스포츠센터 대표를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하며 범행 동기를 확인 중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이 첫 출동 당시 미흡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살인범죄를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구속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A(41)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디지털포렌식 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장기가 손상돼 사망에 이르렀다는 1차 소견이 나오면서다.


A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 직원 20대 B씨의 항문에 길이 70㎝가량의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넣어 장기가 파열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2일 밤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께 스포츠센터에서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리고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출동 당시 센터 안에 누나로 보이는 여성은 없었고 A씨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그런 신고를 한 적 없다", "어떤 남자가 쳐들어와서 싸웠는데 도망갔다"며 말을 바꿨다.


현장을 수색한 경찰은 피해자인 20대 직원 B씨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슴에 손을 얹어 맥박을 확인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혈흔 등 범죄 정황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술 취해서 자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경찰이 CCTV를 확인하려고 하자 "보여주기 싫다. 내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듣고 현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고 내용이라든지 당시 현장 상황, 신고자인 피의자 진술 등 현장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 살인범죄를 과연 인지할 수 있었을까”라며 “(경찰이) 출동을 나가서 옷을 덮어주고 깨우는 부분도 확인할 수 있는데, 살인범죄를 인지할 수 없지 않았을까 우선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 청장은 “그럼에도 국민의 관점에서 미비점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파악하는 대로 정확하게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약 7시간 뒤인 오전 9시 5분께 "자고 일어나니 직원이 의식이 없다"며 신고했고,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당초 A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국과수 조사 결과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놓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해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범행 수법으로 미루어 A씨가 성적의도를 가지고 폭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다만 A씨는 성범죄나 폭력 관련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구속된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한 뒤 이르면 이번 주말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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