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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폭탄①] 보험사·소비자·정부 모두 "내가 피해자"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12.29 11:00
수정 2021.12.29 11:00

내년에도 보험료 9~15% 인상

가격 올려도 상품 존속 '위기'

제2의 건강보험이자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결국 가격 인상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실손보험을 계약한 지 오래된 고객일수록 보험료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보험사가 만족스런 미소를 짓게 된 것도 아니다. 정부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승자 없는 게임에 빠져버린 실손보험의 실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실손의료보험료 연도별 평균 인상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실손의료보험료가 내년에 결국 두 자릿수 대의 인상률을 기록하게 됐다. 특히 실손보험을 가입한 지 5년이 넘은 장기 고객은 최대 30%를 웃도는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급격한 보험료 조정에도 업계의 관련 손실이 계속 쌓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실손보험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에 주는 악영향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소비자는 물론 보험사와 정부 모두 피해자로 남게 된 모습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실손보험과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의 내년 보험료 인상률이 평균 15%대로 결정됐다.


아울러 2017년 4월 이후 공급된 3세대 신(新)실손보험은 안정화 할인 특약이 종료돼 보험료가 평균 8.9% 오르게 된다. 안정화 할인 특약은 1·2세대 보험료를 10% 가량 올리는 대신에 3세대 보험료를 1년 간 할인해 온 조치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에서 누적되고 있는 손실 규모를 감안하면 1·2세대 상품 모두 상한선인 25%에 가까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물가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는 금융당국과 논의 끝에 인상폭이 다소 축소됐다.


◆"10년 뒤 누적 적자 112조"


내년에 계약 갱신 주기가 돌아오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체감하게 될 보험료 인상 정도는 훨씬 더 높을 전망이다. 갱신 주기가 5년인 초기 고객은 2017년부터 2021년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1세대 당 평균 3%p인 연령 가중치까지 더하면 30%를 웃도는 보험료 인상에 직면하는 사례도 속출할 전망이다.


실손보험 고객의 불만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전국의 20~60대 실손보험 가입자 500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번 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3.2%는 현재의 보험료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1.6%에 불과했고,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는 답이 45.2%에 달했다.


문제는 보험료가 오른다고 해서 보험사의 적자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하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1·2세대 상품의 인상률이 15%대로 억제되면서 내년에도 실손보험에서 2조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대로라면 실손보험의 존속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험업계는 토로한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의에 따르면 지금 추세대로 보험료와 보험금이 증가할 경우 내년부터 2031년까지 업계가 감당해야 할 누적 적자는 11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실상 실손보험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정부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실손보험을 기반으로 국민의 의료 행위 자체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당장 실손보험에 대한 대대적 수술에 나서기엔 부담이 클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과잉 진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실손보험은 보험사의 위기는 물론 사회 전반이 직·간접적인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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