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손보협회장 취임 1년…실손·車보험 개선 '총력'
입력 2021.12.22 10:55
수정 2021.12.22 10:57
업계 적자 부담 해소 '총대'
'당국 출신' 소통 가교 기대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이 취임 1년을 맞는 가운데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손보업계가 관련 상품에서 떠안고 있는 적자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모습이다.
특히 금융당국 출신인 정 회장의 경험이 정부와의 소통 과정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회장은 다음날 임기 1년을 맞는다. 정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2월 22일까지 총 3년이다.
정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실손·자동차보험의 정상화를 강조해 왔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와 신년사를 통해 실손보험의 비급여 의료비 관리 강화를 지원하고, 불필요한 자동차보험금 누수 예방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두 상품에서 손보사가 감내해야 하는 손실이 계속 누적되고 있어서다. 우선 실손보험은 연초 보험료 인상에도 다시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손보사의 일반 실손보험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손실액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액인 발생손해액을 뺀 금액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손보업계의 연간 실손보험 손실 예상액은 약 2조9000억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비급여 보장이 많은 초창기 1~2세대 실손보험이 대규모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통량 감소로 잠시 안정세를 찾는 듯 보였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도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자동차보험은 통상 손해율 80%선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4개 손보사인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지난달 손해율은 85.5~87.4%로 잠정 집계됐다. 이들의 지난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인 79.5~84.0%보다 높아진 수치다.
◆업계-금융당국 논의 본격화
손보업계와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손보업계 대표로서 최근 정 회장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손보업계 간담회에서 "보험요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보험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실손보험료 20%의 인상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급여 과잉진료는 꼭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떨어지기 시작한 손해율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보험료 인하 주장에 대해선 "언급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소통 과정에서 정 원장은 금융당국과 민간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을 지내는 등 금융당국에 직접 몸 담았던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누수되는 보험금 등 구조적 비정상 요인을 관계부처 등과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실손보험의 비급여 의료비 관리 강화를 지원하고, 보험사기에 대한 대응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