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목에 칼 찔리는 시늉하자 남경 현장 이탈"…층간소음 흉기난동 CCTV

"가족 인생 망가졌는데…경찰, 뭐가 두려워 CCTV 공개 안 하나"

"경찰 잘못 명백한데 누구도 가족에게 사과 안 해…언론보도 보고 알았다"

LH "영상에 찍힌 경찰관들 동의 있어야 공개"…법원, CCTV 증거보전 신청 기각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빌라의 모습.ⓒ데일리안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 가족이 사건 당시 경찰관들의 현장 이탈 정황이 담겨 있는 CC(폐쇄회로)TV 영상 공개를 거듭 요청하고 나섰다. 해당 CCTV 영상에는 여경이 목에 칼이 찔리는 시늉을 하는 모습과, 남경이 그대로 뒤돌아서 여경의 등을 밀면서 현장을 이탈한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한 가정이 파괴된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CCTV 공개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경찰이 바로 서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CCTV를 감추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는 "얼마 전 형부는 검찰에서 CCTV 일부를 보고 왔다"며 "언니가 칼에 찔리고 나서 현장을 목격하고 내려오던 여자 경찰이 비명을 듣고 뛰어 올라가던 형부와 남자 경찰을 향해 목에 칼이 찔리는 시늉을 하자 남자 경찰이 그대로 뒤돌아서 여자 경찰 등을 밀면서 같이 내려간 영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12신고부터 출동 경찰관 현장 이탈, 사건 현장에 합류하지 않아 사건을 키우고 사건 이후에는 회유하려 한 모든 잘못을 언론에서는 엄벌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누구도 가족에게는 사과하지 않았고 경찰청장, 인천전경찰청장의 사과는 언론으로 보도돼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3명의 가족이 중상을 입고 가족 모두가 칼에 찔리는 걸 서로 목격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로 극심한 고통에 가족의 인생이 망가졌는데 도대체 피해자를 위함인지, 경찰을 위함인지 CCTV를 가족에게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무엇이 두려워 공개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찰은 언론보도만으로 현장대응력강화 훈련모습, 경찰 개혁의지를 연일 보도한다"며 "(정작) 당일 1차 신고때 범인은 언니 집 현관을 칼로 열려다가 칼이 부러지면서 이미 손도 다친 상황이었고 2차 신고 전 범인은 칼을 다시 사 가지고 와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우발적인 범행으로 몰아가 또다시 가족은 고통스럽다"고 했다.

A씨는 "피해 가족이 범인을 제압하느라 언니가 구호조차 되지 못하고 지체된 10분의 시간에 최소한 경찰이 무엇을 했는지 사건 당일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자 한다"며 "경찰이 단순히 언론보도만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 없이, 아직도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애가 타는 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 반드시 CCTV를 공개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피해 가족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LH는 영상에 찍힌 경찰관들의 동의가 있어야 공개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법원도 피해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CCTV 영상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건 현장에서 부실 대응한 경찰관들과 전 논현경찰서장, 해당 지구대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층간소음을 문제로 갈등을 빚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일가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가해자는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