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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흉기난동' CCTV 영상 못본다…주민들 "가난이 죄인가" 부글부글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1.12.17 05:06 수정 2021.12.17 00:17

주민들 "고위층 가족, 고급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어도 안보여줬을까"

시민들 "공무원인 경찰이 공무집행과정서 벌어진 일…경찰, 불리한 사건엔 고무줄 잣대"

전문가 "원하면 보여줘야 하지만, 단순 열람과 외부 공개는 별개 문제…경찰도 개인은 개인"

"법정서 방청객들이 해당 영상 보고 간접적 전달은 가능할 듯"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 가족에게 사건 전반의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함께 있던 경찰관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주민들과 시민들의 공분이 들끊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 가족이 원하면 CCTV 영상을 열람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면서도, 단순히 열람하는 것과 영상 자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선 사건이 발생한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 LH 빌라에 거주하는 전모(31)씨는 "돈 없는 취약 계층이 아니라 고위층 가족이 이런 일을 겪었어도, 고급 아파트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어도 피해 가족이 CCTV 영상을 보지 못했을까 의문"이라고 되묻고 "LH 빌라 입주자를 위해 설치된 CCTV인데 정작 피해가족이 CCTV 영상을 보지 못한다니 가난이 죄인가 싶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일반 시민들도 분노했다. 직장인 안모(30)씨는 "경찰은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이고, 사적 영역의 동영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집행과정에서 벌어진 사건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씨는 "경찰에게 유리한 사건은 먼저 다 보여주면서, 왜 불리한 사건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피해자와 가족이 엄연히 고통을 받고 있고, 경찰공무수행에 문제가 있었던 사건인데 이러니 조롱당하는 한국 경찰, 'K경찰'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당시 CCTV 영상에 담긴 사람이 현장을 이탈한 여경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었다면 피해 가족이 경찰의 동행 하에 CCTV 영상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CCTV 영상을 피해 가족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알권리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도 해야 하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정보가 제공돼야할 부분도 있다"며 "그런데 일반 관공서에 있는 공무원이나 직원은 돌발적인 상황에 별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도 규정이나 원칙을 먼저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이어 "매뉴얼은 동일한 사건에서는 유효하지만 사건이 항상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과 현실 간 간격을 융통성 있게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아닌 관련된 사람이 CCTV 영상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면 신속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열람의 문제가 아닌 경찰관의 당시 행적이 담긴 영상 자체를 외부에 공개해야 할지 여부는 별도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해당 경찰관이 제대로 대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문제는 경찰 내부에서 감찰 차원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알권리하고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적인 사건이니 공적으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리를 보면 경찰 공무원도 개인은 개인이다 보니 이들의 동의 없이 공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며 "법정에 참여했던 방청객들이 해당 영상을 보고 간접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경찰 입장에서는 추정컨대 CCTV 영상 정보가 외부로 알려지면 자극적으로 전달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고, LH 측에선 영상에 찍힌 경찰관들의 동의 없이 CCTV 영상을 공개했을 경우 소송의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본질은 경찰의 소극적 업무 태도로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찰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15일 피해 가족이 신청한 관련 CCTV 영상의 보전신청을 "증거보전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앞서 LH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해당 CCTV 공개 여부에 대해 사내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법령상 CCTV 영상에 등장하는 2명의 경찰관들의 동의 없이는 자의적으로 영상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모자이크를 한다고 하더라도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해 CCTV 영상 공개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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