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전 이유는…'본부장 리스크' 극복이 관건
입력 2021.12.24 00:45
수정 2021.12.24 06:47
본인·부인·장모 논란 터지며 정체
일부 여론조사서 완연한 하락 보여
논란 조기 수습 불발 시 상당한 타격
"尹 명확한 현실 인식 필요한 상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로 불리는 본인·부인·장모 관련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탓이다. 본격적인 지지율 하락 추세를 두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부터 이어진 호남 방문 행보에서 예기치 않았던 실언 논란을 스스로 자초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자아냈다.
그는 이날 전남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민주당을 가지 못해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 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른 것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 말하며 논란을 빚었다.
전날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고 한 데 이어 연이은 설화 논란을 스스로 일으킨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약한 호남을 찾는 행보를 택한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후보에게 상처만 입힌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본인의 리스크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윤 후보의 장모인 최은순 씨는 이날 의정부지법에서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 논란도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여의도 안팎의 가심 거리가 되고 있다. 해당 논란에 더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까지 받고 있는 김건희 씨를 아예 대중 앞에 등장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선 주자의 배우자의 대외 노출이 사전에 차단되는 초유의 사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후보의 위기는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 가상 다자대결 합동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됨) 결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 윤석열 후보는 29%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2주 전 조사에 비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7%p 가량 하락한 결과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위기론이 당 안팎에서 불거지는 모습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메시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의도가 어떻게 됐든 간에 본인의 취지와 다르게 전달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지금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언급했다.
윤 후보가 최근 공개 석상이 있을 때마다 발언 논란을 일으킨 점을 겨냥해 꼬집은 것이다. 이에 더해 자신의 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한 발짝 늦은 대응이 사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신 교수는 "사과가 빨라야 한다. 사과의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점에서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것"이라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과를 제대로만 했어도 장모나 부인의 문제가 이렇게 되어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 그렇지 못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 국면에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조기에 해당 논란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초반에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선대위 구성 문제로 삐걱대던 이재명 후보가 이내 조직 체계를 다잡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도 원팀을 형성하는 등 윤 후보와 확연히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위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본인이 아닌 부인과 장모 등 가족 관련된 논란은 정석적인 대응이 최선이다.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과하고, 본질을 벗어난 과도한 공세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라며 "어설프거나 부적절한 해명이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후보 스스로도 끊이지 않고 있는 '실언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한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잇따른 논란으로 후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더욱 첨예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보다 정제되고 세련된 언어를 통해 '설화 논란'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메시지 관리에 대한 윤 후보 본인의 명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