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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연예인 층간소음, 익명의 ‘폭로’가 답일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2.22 10:49
수정 2021.12.22 08:50

"더 주의 기울일 것"...성시경·김경남도 피해 이웃에 사과

집을 구해주는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층간소음 걱정 없는 집’이라고 매물의 강점을 조명한다. 또 층간소음과 관련된 각종 에피소드들이 예능 속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만큼 층간소음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MBC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집계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4만2250건에 달했다. 2019년 2만6257건보다 무려 61%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 등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연예계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층간, 측간 소음 폭로 글들이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더 격화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엔 “윗집에 가수 S씨가 사는데 매일같이 쿵쿵쿵 발 망치. 지금은 음악 시끄럽게 틀어놓고 있다”며 “이사 오고 얼마 안 돼서는 관리소 통해 항의했더니 매니저가 케이크 사들고 와서 사과했는데 얼마 못 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광고에 저 연예인 나올 때마다 TV 부숴버리고 싶다. ‘잘 자’라더니 잠을 못 자겠다”고도 했다.


같은 시기 또 다른 커뮤니티엔 ‘옆집 이웃인 유명 연예인의 소음문제 끝까지 가야 되겠죠?’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사는 집이 오래된 오피스텔이라 방음이 안 돼 측간 소음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이웃이 새벽 늦은 시간까지 고성방가를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관리원과 관리소장은 물론, 작성자가 직접 찾아가는 등 수차례 방문, 주의 요구에도 상습적인 소음을 일으켰다면서 이 이웃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유명인이라고 밝혔다.


두 커뮤니티에 올라온 폭로글의 주인공은 쉽게 밝혀졌다. 작성자들이 소음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신원은 ‘특정’할 수 있도록 힌트를 남겼기 때문이다. 각각 글의 주인공인 가수 성시경과 배우 김경남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에 앞서 이휘재·문정원 부부나 백지영, 미나·류필립 부부, 안상태 부부 등 수많은 연예인이 층간소음 폭로글 속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돼왔다.


피해자의 폭로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사실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로 번진 데에는 항의를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고, 그것조차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신고를 한다고 해도 직접적인 규제나 처벌이 쉬운 일도 아니다. 때문에 SNS나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호소하는 글들이 많다.


비단 이 가해자들이 연예인이라서는 아니다. 다만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폭로를 통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일반인에 비해 용이한 지점은 있다. 그렇다고 폭로가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실제 층간소음 피해를 입었다고 주변에 소문을 내면 상대방이 명예훼손으로 문제삼을 가능성도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폭로해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는 실제 있었다. 개그맨 안상태 측은 지난 4월 층간소음을 폭로한 이웃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상태는 입장문에서 “아랫집에 거주하시는 분이 1월 ‘안상태 씨 가족은 층간소음 가해자’라는 내용의 폭로성 글을 인터넷에 일방적으로 게시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며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접수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폭로’보단 어렵더라도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 해결하는 방법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폭로성 글에 가해자를 특정 해 갈등을 키우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매번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는 미흡한 법적·제도적 규정이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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