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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이대로 묻혀버릴까 걱정”…영탁 곡 ‘음원 사재기’ 적발 한달 지났지만 잠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2.17 08:40
수정 2021.12.17 10:29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사재기로 이재규 대표 검찰 송치

가창자 영탁은 무혐의

실체 없는 ‘유령’처럼 떠돌던 음원 사재기의 실체가 첫 적발된 이후 업계에선 한바탕 태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했다. 무려 10여년에 걸쳐 제기된 의혹들에도 실제로 그 증거가 드러나고,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드러난 음원 사재기의 흔적은 분명 가요계에 있어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밀라그로

앞서 서울경찰청은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사재기(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수사를 진행한 끝에 소속사 밀라그로 이재규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1일 검찰에 송치했다. 2018년 1월 발매된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를 높여 수익을 거두고자 스트리밍 수 조작 가능한 마케팅 업자로 소개받은 A씨에게 3000만원을 주고 사재기를 의뢰한 혐의다.


이 대표도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019년 음원 스트리밍 방법에 대해 알게 됐고, 무명가수의 곡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에 잠시 이성을 잃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소속사 대표로서 처신을 잘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창자인 영탁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재기의 실체가 처음 밝혀진 중대한 사건임에도,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 가요계는 생각 외로 잠잠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처음 공론화됐을 당시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영탁 소속사의 의뢰를 받은 업자를 시작으로 조사를 하면 더 많은 사재기 사례들이 적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음원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한다”고 바랐다.


하지만 그 이후 또 다른 가수나 소속사, 업자 등 그 누구의 이름도 거론되지 않았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업자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소속사 대표가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업자에게 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함께 조작을 의뢰했던 사람들과 좋지 않게 얽히면서 증거가 남게 된 것이다. 만약 원하는 성적이 나왔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증거를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이 영탁의 음원 사재기 의뢰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등을 확보하고, 돈 거래 정황이 밝혀지는 등 빠져나갈 수 없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이번 영탁 소속사에서 사재기를 인정하는 일은 없었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새로운 사재기 정황이 드러나고, 실제 인정까지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그렇다고 업계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멜론은 올해 8월 다시 실시간 차트인 ‘톱100’ 차트로 개편하면서, 동시에 자문회의를 구성해 보고서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영탁 소속사의 음원 사재기 발각에 따라 자문회의를 구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멜론 측은 “영탁의 음원 사재기 논란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불거졌지만, 자문회의는 1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음원 징수 규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와 음레협은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바이브가 도입한 음원 전송사용료 이용자별 정산 분배 방식의 시장 확대 및 제도화를 위한 상호 협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신종길 사무국장은 “현재 음원 저작권료 지급 방식을 ‘비례 배분제’에서 ‘이용자 배분’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음원 스트리밍이 음악 사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했기에 순위를 올리려는 여러 방법이 등장했고 이 때문에 사재기 등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음원 사재기와 총공으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음악 창작자와 제작자에게 음원의 저작권 사용료는 노력의 결과물이며 왜곡되지 않은 정당한 분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온차트 총괄 기획자인 최광호 사무총장은 애초에 사재기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검증의 방법으로 사재기 의심 음원 이용자와 인접 순위에 있는 인기가수 음원 이용자가 얼마나 겹치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제안이다. 그는 “이용자 패턴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음원차트 상위에 있는 곡, 예를 들어 1위와 2위곡은 상당수의 이용자가 겹치는 특성이 드러난다”면서 “그러므로 높은 순위의 곡임에도 주변 순위곡과 이용자의 상관관계가 도출되지 않으면 사재기 의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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