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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연예인 보며 ‘힐링’ 옛말…‘남 얘기’ 같은 현실 안 먹힌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2.17 13:44
수정 2021.12.17 10:44

‘먹보와 털보’ 연예인 특혜 논란

제작진 해명에도 지적 이어져

한때는 연예인들의 여행, 육아, 요리 등 그들의 일상이 시청자들에게 공감 또는 힐링을 선사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와는 다른 일상,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고, 나아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나면서 공감을 위한 창작자들의 새로운 노력들이 필요해졌다.


ⓒ넷플릭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먹보와 털보’가 이른바 연예인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2회 방송에서는 비가 제주도의 유명 맛집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시도했다. 비는 예약이 꽉 찼다는 답변을 듣고 포기했지만, 이를 듣던 노홍철이 다시 전화 걸어 “넷플릭스 보시냐. 넷플릭스에서 아주 큰 돈을 저한테 쏘기로 해서 대자본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보조로 짐 들고 다니는 비가 있다. 얘가 고기만 보면 환장해서 꼭 가야 한다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던 것. 일부 네티즌들이 노홍철이 연예인, 방송이라는 점을 앞세워 식당을 예약한 것은 특혜를 받으려 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먹보와 털보’ 제작진은 편집된 부분이 있어 전체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특혜 논란은 오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노홍철의 전화 통화 당시, 식당 측이 기존 예약 손님들 서빙 후에 남는 재료가 있는 경우엔 포장 손님을 받기도 하는데, 식당 내부 테이블이 아닌 야외에 간이 테이블에 앉아도 되겠냐고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비와 넷플릭스를 내세우면 예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노홍철의 마인드를 지적하는가 하면, 프로그램의 극적 재미와 진행을 위한 예능적 허용이라고 봐야 한다는 시선이 부딪혔다. 그럼에도 노홍철의 통화 장면이 ‘특혜 논란’으로까지 번진 것은 힐링을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결국 그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tvN

한때는 연예인들의 여행, 요리, 일상 등을 관찰 예능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판타지 같은 모습을 담더라도 이것이 삶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힐링’으로 작용하곤 했었다. 연예인들의 식당 운영 도전기를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담아낸 ‘윤식당’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여유롭게 식당을 운영하는 그들의 모습은 실제 식당 운영 과정과 큰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능숙하게 요리를 하다가도 몰려드는 손님에 당황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과 저들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곤 한다. 최근 바다 근처에서 바를 운영하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JTBC ‘바라던 바다’는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표방하다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여유가 넘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판타지 충족보다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등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금전적인 고민과는 거리가 먼 그들의 생활에 박탈감을 느낀다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여기에 MBC ‘나 혼자 산다’는 상대적 박탈감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공감 가는 일상이 아닌, 호화로운 집과 생활을 포착하는데 주력한다는 지적과 함께 ‘나 혼자 잘 사는’ 프로그램이라고 비꼬는 말까지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출연자들의 집값이 공개되면서 예능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는 시청자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면들을 보며 공감을 했지만, 보다 보면 나와는 분명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또 최근에는 여행을 가지 못하거나, 답답한 현실들이 이어지는데, 그렇지 않은 상대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생겨나는 것 같다. 비슷한 포맷이 반복이 되다 보니 새로운 그림을 위해 연출이 가미되면서 괴리감이 생기는 부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앞세워 더욱 리얼한 현실을 담으려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의 직장 생활을 엿보는 ‘아무튼 출근’부터 다양한 일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비롯해 일반인들의 썸과 사랑, 또는 이별 이야기를 다루는 각종 연애 프로그램들이 그 예다. 다만 그들의 진솔한 감정을 디테일하게 포착해 ‘과몰입’을 유발하는 일반인 예능의 좋은 예도 있지만, 자극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다 논란에 휩싸이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나오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힐링, 공감을 위해서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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