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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목격자 "여경 '문 열어달라' 빡빡 악 쓰고 있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1.11.30 01:48 수정 2021.11.29 22:04

출입문 열어줬던 70대 "여경 상황보고·구조요청 하러 1층 내려왔는데…현관문 닫혀"

"무서워 아무도 안 나오고, 안 열어줘 내가 출입문 열어줘…환경미화원은 보지도 못했다"

"부상 입은 아내, 남편·딸·경찰 3명이 함께 이송…경찰이 왜 아무 도움도 안줬다고 하나"

다른 주민들 "경찰 늘상 일 터져야 대응…현장 벗어난 것 자체가 잘못"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빌라의 모습.ⓒ데일리안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에서 나름 대처를 열심히 했다"는 증언도 나와 주목되고 있다.


사건 당일 목격자인 주민 A(70대)씨는 29일 데일리안 기자와 만나 "사건 당일 상황 보고를 하러 내려왔던 여순경이 빌라 출입문이 닫혀 현장에 다시 갈 수 없게 됐는데, 그 사이 비명 소리가 들리자 여순경이 10분여간 '문 열어 주세요'라고 빡빡 악을 쓰고 있었다"며 "경찰이 현장에서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나름 대처를 열심히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당시 현장에 있던 환경미화원이 현관 유리를 깨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관이 만류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한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내 아들이 '현관 번호를 알면 엄마가 빨리 가서 열어주라'고 말해 내가 출입문을 열어줬다"며 "당시 현장에는 경찰관 외에는 나 혼자 있었고, 나중에 다른 건물에서 이웃 주민 한 명이 나오길래 자동문이 닫히지 않도록 도움을 청했다. 경찰이 범인을 체포한 것까지 모두 지켜봤는데 환경미화원은 아예 보지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환경미화원은 한 언론을 통해 "내가 경찰들 하고 같이 삽으로 현관문을 젖히는데 유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유리를 깨야 되겠다'고 하니 '깨지 마라'고 하더라"며 "(빌라 안에서) 계속 비명은 들리는데, 내가 맘대로 깰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당시 여순경은 상황 보고와 구조 요청을 위해 1층으로 내려왔는데 정신이 없어 보였다. 경찰이 부상을 입은 피해자를 두고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흉기에 찔린 아내를 남편과 딸이 앞에서 잡고 경찰이 뒤에서 잡아 3명이 함께 내려왔다"며 "경찰이 왜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하나. 내가 아내 분을 좀 똑바로 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그렇게 여순경이 난리를 치며 '문을 열어달라'고 해도 아무도 열어주지 않아, 오죽해서 다른 건물에 있던 내가 내려왔겠는가"라고 반문하고, "나중에 사건이 벌어졌던 건물 주민 몇 명에게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너희들 집에 있으면서 문도 안열어줬느냐'고 야단쳤는데, 다들 '무서워서 당시에 나올 수가 없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층간소음으로 인한 흉기난동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경찰들의 부실 대응과 관련해 인천 논현경찰서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러나 여전히 경찰의 부실하고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박모(59)씨는 "그날따라 유독 '쿵쿵쿵' 못질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를 놀릴까봐 꾹 참았는데 피해자 가족들이 신고를 했었나보다"며 "경찰들이 사전에 조치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흉기를 휘두르는 등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대응을 했는데, 뒤늦게 대응해봐야 무슨 소용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빌라에 거주하는 김모(73)씨는 "사건 당일 젊은 여성이 '사람 살려'라며 내려가면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고, 뒤늦게 문을 열어보니 범인이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는 모르겠는데 휴대폰이 떨어져 있었다"면서 "휴대폰을 주어 주려고 보니 핏자국이 있었고, 경찰이 그때 올라오고 있길래 건네줬다"고 말했다.


다른 건물 주민 이모(53)씨는 "층간소음 문제가 칼부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경찰의 대응이 안일하고 미숙했다"며 "구급 및 지원요청을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현장에 알맞게 대처해야지 현장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건이 일어난 후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출동했던 남경위는 "제 불찰이 있었다. 제가 상황 판단을 못한 것을 인정한다"며 "그 부분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여순경은 "내려온 다음에 진짜 경황도 없었고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제가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전 요청한 다음에는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인천경찰청은 현장에서 부실 대응을 한 남경위와 여순경, 이상길 전 논현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했다. 경찰은 조만간 민간 위원들이 참석하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이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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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5
    에 대해서 혼동을 주고 물타기를 하고 경찰은 나름의 대처를 했다고 말해주고 싶은건가? 진짜 악질적인 기사라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 여경이기 이전에 경찰이다. 누가 더 성차별적으로 세상을 보고 여자 남자를 철저히 구분해서 이익집단처럼 굴고 싶어하는지 딱 보이는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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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3
    4. 근데 자칭 목격자라는 사람의 입을 빌려서 하는 ‘경찰들은 ‘나름’의 대처를 했고, 주민들은 무책임했다‘는 그 사람의 말이 무슨 가치가 있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제3자나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면서 할법할 말을 기사화해서 그날의 사실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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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3
    못 느끼는 게 당연한거고 그러니까 경찰이 필요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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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3
    하는 필요가 생겼는지 따져보면 과연 주민들을 비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이야 말로 아파트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공포에 떨고 있지만 경찰이 왔으니까 상황이 괜찮아지겠지 하고 경찰들을 믿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제3자의 입장에선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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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2
    3. 문을 안 열어주는 주민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데, 애초에 경찰이 초동조치를 제대로 했거나 최소한 문이라도 잡고 있었다면 주민이 칼든 범죄자가 날뛰는 공간으로 나와서 위험을 감수하고 문을 열어줄 필요도 없었다. 왜 주민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문을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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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2
    가능성을 원천 차단시켜버림. 지들이 문이 닫히도록 방치하고선 문을 다시 열려고 ‘나름’의 조치로 악을 쓰고 있었다고? 이딴 게 무슨 나름의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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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2
    2. 그나마도 공동 현관문이 닫혔다는 핑계로 못 올라갔다고 한다. 근데 공동현관문이 시간이 지나면 닫히고 안과 밖이 분리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 근데 이 모지리 둘은 일부로 그랬는지 멍청해서 그랬는지 문을 잡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함으로써 후속조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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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1.30  11:41
    1. 애초에 언제든지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경찰들이(남편 따라 올라갈 수 있었던 경위나 현장을 이탈한 순경이나), 현장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가족들을 버려두고 1층에서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된다. ‘나름’ 대처하려고 했다는 말 자체가 무가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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