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생보업계 '판매왕' 등극…변액·방카 '키워드'
입력 2021.12.09 06:00
수정 2021.12.08 11:01
초회보험료 2조5867억 '최대'
증시 호황 속 은행권과 시너지
미래에셋생명이 올해 들어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신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상품인 변액보험이 주식 시장 호황과 맞물려 시장을 휩쓸고 있고, 펀드 규제로 새로운 투자 상품을 찾던 은행권의 수요까지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기준금리 반등으로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래에셋생명으로서는 앞으로 변액보험 판매량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23개 생보사가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11조68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생보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생명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 미래에셋생명의 초회보험료는 2조586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4.3% 급증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특히 부동의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마저 제쳤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생명의 초회보험료는 5.2%증가한 2조3790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한화생명이 1조2404억원으로, 푸본현대생명이 1조20억원으로 각각 31.1%와 79.6%씩 해당 금액이 늘며 1조원 이상을 나타냈다.
◆전략적 선택 주효…금리 반등 '변수'
미래에셋생명 영업력 확대의 원동력은 변액보험이다. 미래에셋생명이 올해 1~3분기 변액보험에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만 2조4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6% 급성장했다. 생보업계 전체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4조171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미래에셋생명 한 곳의 몫이었단 얘기다.
변액보험 영업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증시 호조가 자리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각종 펀드에 넣어 운용하고 그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투자 상품으로, 증시 여건이 좋을수록 가입 수요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후 제로금리에 힘입어 유동성이 불어나면서 증시는 장기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에 유독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전략적 선택에 힘입은 결과다. 미래에셋생명은 전문가가 고객을 대신해 자산운용을 관리해주는 MVP 펀드를 앞세워 변액보험 판매에 주력해 왔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금융시장의 상황에 대응하기 힘든 고객을 대신해 적기에 투자 종목을 조정해주고, 특히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기회가 많은 해외 시장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
판매 채널 측면에서 보면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판매인 방카슈랑스가 활성화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보험사는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방카슈랑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은행권은 2019년부터 계속된 펀드 손실 사태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금융 상품 판매가 절실해졌다.
이런 이해관계를 가장 적극 공략하고 나선 곳이 바로 미래에셋생명이다. 미래에셋생명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올린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9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5%나 늘며, 변액보험 전체 초회보험료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금리 인상은 증시에 악재로 평가된다. 저금리를 피해 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갈 공산이 커서다. 이렇게 되면 변액보험 판매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변액보험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된 미래에셋생명으로서는 금리 인상기 증시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은 다른 생보사에게도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