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자동차보험 손익 '반토막'…수익은 '멈춤' 비용은 '가속'
입력 2024.12.13 06:00
수정 2024.12.13 06:00
'천정부지' 치솟는 수리비에 '제동'
올해 가격 인하 사실상 무산 전망
국내 4대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거둔 손익이 올해 들어 거의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사업에서의 수익은 사실상 성장이 멈췄지만, 새 나가는 돈은 1년 새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탓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차량 수리 비용에 제동이 걸리면서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가 거둔 자동차보험수익에서 관련 보험서비스비용을 뺀 이익은 총 54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6% 줄었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이익이 198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9.9% 감소했다. DB손보 역시 1945억원으로, 현대해상은 1101억원으로 각각 33.8%와 49.8%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KB손보의 자동차보험 이익도 381억원으로 62.1% 감소했다.
항목별로 보다 자세히 뜯어보면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관련 실적은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료로 벌어들이는 돈은 제자리걸음인데 보험금 등으로 나가는 지출은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4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수익은 12조6506억원으로 0.8%(973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런 와중 보험서비스비용은 12조1093억원으로 4.3%(4998억원) 늘었다.
자동차보험에서의 출혈이 커지는 배경에는 비싸진 부품비가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클레임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는다. 클레임 인플레이션이란 보험산업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을 뜻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의 사고당 손해액은 각각 연평균 5.4%와 4.7%씩 상승했다. 두 가지 손해액의 대부분은 차량 수리비다.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모두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21~2023년 최근 3년 동안 자기차량손해 건당 손해액 증가율 최고치는 24.4%에 달했다.
손보업계가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보험료를 낮춘 점도 수지타산에 악영향이었다. 보험사들은 2022년부터 매년 자동차보험료를 내렸다. 올해도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2.5~3.0%를 추가 인하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추세적으로 가중돼 온 수익성 악화에 집중호우와 전기차 화재 등 일시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올해까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이어가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정부의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조정 여부는 꼭 손익적 측면에서만 결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소비자물가 민감 항목이라는 이유로 올해도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하를 압박할 경우 손보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