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연말 앞두고 희비교차…수제맥주만 나홀로 ‘훈풍’
입력 2021.12.08 07:12
수정 2021.12.07 15:41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비상'
혼술·홈술 재확장 기대…“매출 긍정적”
주류업계 ‘도미노 셧다운’이 다시 한 번 현실화 될 위기에 놓였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모임 취소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호프집 등 소매점 주류 매출의 급감은 도매사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시 제조사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정부는 지난 3일 수도권 6인·비수도권 8인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하는 새 방역지침을 발표했다.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나오면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한 달여 만에 중단했다.
주류업계는 방역 강화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계 빅3는 연말 대목 장사에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유흥 시장에서의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식당, 호프 등 소매점의 주류 매출도 급감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초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반짝 단체 손님 예약이 늘었지만, 변이 바이러스 공포로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흥 시장 매출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단골 주류 메뉴인 ‘소맥’ 소비가 크게 떨어졌고, 소주와 맥주 판매량이 줄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타격이 더 크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특히 자영업자의 고난은 곧바로 주류 도매사의 어려움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통 순환이 어려워지면서 제조사에 대금 납부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시장 전반이 침체되면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됐다.
문제는 타격의 반경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매사의 어려움은 또 다시 주류 제조사로 직결되고 있다.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하이트진로는 연말 마케팅을 통해 흑자로 전환할 기대감을 키웠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로 분위기 반전이 어렵게 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연말 방역 강화 기준이 낮은 것은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라면서도 “연말 회식 등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연말 유흥 시장에서의 매출이 기대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수제맥주 업계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지난해와 같이 집콕족이 증가하고 연말 모임이 홈파티로 전환되면서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제맥주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주류업계 빅3 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맥주 시장을 주도했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제맥주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수제맥주 판매량은 118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7년 43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3년 만에 약 3배 가까이 큰 것이다. 업계에서는 2023년까지 수제맥주 시장이 37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수제맥주 기업들은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제주맥주가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세븐브로이도 내년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어 카브루,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수제맥주 업체들이 IPO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제맥주 시장이 서서히 뿌리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소비자들이 더욱 다양한 맛을 보고, 선택지 역시 크게 늘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전통 맥주 시장과의 규모의 격차를 줄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소비의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을 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제맥주 제품군도 많아졌고, 판매량도 늘어난 상태기 때문에 지난해 보다 더욱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수제맥주 업계 안에서도 매장판매만 하는 업체와 편의점 판매를 하는 업체 간 온도차이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