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일의 역주행] 곪아터진 IBK기업은행 내홍 ‘이러다 다 죽어’
입력 2021.11.27 07:00
수정 2021.11.27 19:42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 무단 이탈, 감독과 단장은 경질
도쿄 올림픽으로 붙잡았던 여자 배구 인기에 제대로 찬물
처음에는 선수의 치기 어린 일탈로 비춰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곪을 대로 곪았다는 의혹의 시선만이 쏠리고 있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의 내홍이 배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일부 팬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코치와 선수의 ‘쿠데타’라는 말을 꺼낼 정도다.
IBK기업은행의 주장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현 감독대행)가 팀을 무단으로 이탈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구단 측은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 경질하는 초강수를 내렸다. 더불어 구단 측은 조송화를 임의해지 조치하려 했으나 마음이 바뀐 선수의 동의서를 얻지 못해 이도저도 못하고 있으며 김사니 코치는 감독대행으로 영전해 팀을 이끌고 있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팩트’다.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감독의 지시에 침묵으로 대응하고 급기야 무단이탈로 반기를 든 코치와 선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내놓은 해명 역시 또 다른 논란을 부추겼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첫 지휘봉을 잡은 흥국생명전에 앞서 자신의 업적을 운운했고 자신의 언행이 정당했음을 강조했다. 전 감독에 대한 예우를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덤이다.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로 선수로서 걸맞은 실력과 인품을 갖추기보다는 인기를 얻는데 급급하고 이에 도취돼 기고만장해졌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여자배구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인기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남자배구는 물론 프로농구까지 뛰어넘어 겨울철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김연경을 필두로 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돌 스타급 인기에 도취된 듯, 일부 선수들은 과도한 SNS 홍보를 통해 자신들을 어필했고, 실력을 가꾸기 보다는 외모를 치장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배구는 올해 초 불거진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으로 뒤숭숭했으나 7월 열린 도쿄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돌아설 뻔했던 팬심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IBK기업은행의 쿠데타’가 또다시 팬들을 떠나보내고 있는 셈이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여자배구의 앞길이 어찌될 수 알 수 있는 좋은 예가 KBO리그다. 한때 800만 관중을 넘나들었던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는 반복된 선수들의 일탈과 사건 사고로 팬들이 떠나고 있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암표가 기승을 부렸던 과거와 달리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 중 매진이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오랜 기간 인기를 쌓았던 야구마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배구 역시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이제라도 IBK기업은행이 배구판에 뿌린 찬물을 닦아내고 수습하는 길만이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