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79)] ‘오디션 경력직’ 김슬옹 “다신 출연할 일 없길 바라죠”
입력 2021.11.18 08:57
수정 2021.11.18 08:57
'슈퍼밴드2' 시네마로 준우승
데이비드 오와 신곡 '팔로우' 17일 발매
밴드 톡식의 드러머로 지난 2011년 KBS2 ‘탑밴드 시즌1’에 출연하면서 우승까지 거머쥔 김슬옹이 최근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시즌2’를 통해 대중에 얼굴을 비췄다. 두 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탓에 ‘오디션 경력직’으로 불리는 그는 이번 ‘슈퍼밴드2’에서도 당당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때문에 한 번 오디션을 경험한 사람이 두 번 도전하는 것은 보통의 결심 가지곤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슬옹이 기꺼이 다시 한 번 누군가의 평가를 받고자 한건,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서”였다. 베테랑 뮤지션으로 평가되지만, 그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꾸준함은 ‘슈퍼밴드2’ 시네마 김슬옹으로서의 새로운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슈퍼밴드2’ 준우승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큰 사랑을 받아 기분을 한 마디로 단정 짓긴 어렵지만, 보내주신 관심에 정말 기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 다시 오디션프로에 나오지 않는 꾸준한 뮤지션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크게 하였습니다. 하하. 지금은 시네마의 활동에 대해 많은 고민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음악 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10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오디션 출연이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준비하고 경쟁해야 하는 환경 안에서 당연히 지치기 마련인 것 같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시 도전하기까지 정말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내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 또한 알죠.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굳세게 도전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웃음).
-힘든 시기가 있었던 건가요?
사실 제 슬럼프는, 20대였던 것 같아요. 그 당시의 기억은 전부 슬럼프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 세상을 알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함께 보내며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듯 합니다. 힘들 때, 외로울 때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요. 그들을 생각하면 제가 무너지고 싶지 않거든요.
-첫 오디션 출연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10년 전 톡식 때는 패기로 우승했다면 시네마의 준우승은 책임감으로 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음악적인 것은 물론 정신과 육체, 정서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시간들이 지금의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
-‘슈퍼밴드2’에 출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 인상 깊었던 평이 있다면?
첫 라운드에 다온이를 만난 일입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실감했죠(웃음). 불안해하지 않고 잘 따라와 준 다온이를 만나 너무 듬직하고 행복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평은, 유희열 프로듀서님께서 저에게 ‘베테랑’이라는 표현을 하셨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동안 열심히 했던 것들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10년 동안 음악 활동을 하며 연주보다는 프로듀싱에 열중하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두 가지를 다 잘 봐주셔서 감사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다면?
프로그램 하던 당시의 아쉬움은 사실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라운드를 거쳐 가며 멋진 동료들과 함께 저도 성장하는 것 같아 기쁘고 좋았던 추억들이 가득합니다. 다만 한 가지, 코로나 시기라서 팬들을 직접 만날 없다는 이 현실이 아쉽죠.
-데이비드 오와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됐나요?
알게 된 건 2012년부터였던 것 같아요. 당시엔 인사만 나누던 사이었는데, 데이비드 오가 보컬로 있는 밴드 에버블룸의 토근님과의 인연으로 2016년부터 친해졌어요. 10년 전 어린 나이에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과 함께 큰 관심을 받았던 공통점도 있고, 무엇보다 음악적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누다보니 지금처럼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17일 발매한 신곡 ‘팔로우’는 ‘슈퍼밴드2’ 무대를 통해 보여줬던 곡이기도 하죠.
네, 중간 중간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와 밴드적인 이미지가 하나가 되었을 때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하는 얼터너티브 모던록 장르의 곡입니다. 톡식의 정우 형이 기타로 참여해 줬고, 어릴 적부터 제게 많은 음악적 도움을 주었던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 양정훈 님께서도 참여해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네요.
-‘팔로우’를 작업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가사에 더 집중했던 곡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방식대로 풀어보자’ ‘서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자’. 데이비드 오와 항상 다짐했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멜로디와 연주, 편곡 등이 잘 맞아 만족스럽습니다.
-심플한 구성이지만, 그 안에서도 사운드적으로 풍성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공간계 사운드에 많이 집중했었던것 같아요. 신디사이저와 기타의 중간을 지키지 못하면 사운드가 뭉치는 경우들이 많은데 하나하나 의미 있고 신중했던 소스들이 조화를 잘 이룬 것 같습니다.
-10년, 20년 후 스스로 이 곡을 다시 돌아본다면?
항상 힘들 때 저의 집 앞 한강둔치에서 데이비드 오와 맥주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했었던 기억들이 남아요. 뮤지션으로 만난 것보다 힘들 때 내 옆에 있어주었던 친구의 모습들은 잊지 못 할 고마운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자작곡 ‘팔로우’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팔로우’는 감정적인 사운드와 메시지에 집중했고 결과물은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좋은 곡은 금방 나온다고 하잖아요. 우리 노래가 그랬습니다. 하하. 저는 곡을 쓸 때마다 포인트를 다르게 두려고 합니다. 지금은 사운드로 풀어야할 지 메시지로 풀어야할 지로 정리된 것 같아요.
-팬들, 대중들에게 ‘팔로우’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전한다면?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들어서가 아니라) 저 또한 마음이 답답할 때 들었던 곡이거든요(웃음).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실 때 한 번씩 들어주시면 마음이 시원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원하듯이 즐겁고 재밌게 음악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음악에만 미쳐서 살아가는 것보다도 건강하게 내 자리를 지키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데이비드 오와 함께한 ‘팔로우’ 앨범 발매 이후 11월 마지막 주부터 ‘슈퍼밴드2’ 갈라 콘서트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시네마로도 활발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톡식과 리카드, 그리고 데이비드 오와의 앨범, 시네마 활동까지 많은 활동들을 했고, 보여줄 텐데요. 시간으로 계산하면 내년이 벌써 10년차더라고요.
맞아요. 제 데뷔 때 태어난 친구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네요. 하하. 아직도 배울게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지나온 경험을 추억하기보단 더 다져서 ‘멋진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으로 동료들과 함께 최고의 자리에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저에게 너무 감사한 시기 입니다. 잘 보내고 싶어요(웃음).
-마지막으로, 김슬옹 씨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앞으로 오디션에 또 나오는 일들은 없길 바라요. 하하. 꾸준히 보여드리는 뮤지션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께 했던 약속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아티스트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