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껴안고’ 페퍼저축은행, 창단 첫 승리 쾌거…전패 IBK 침통
입력 2021.11.10 06:01
수정 2021.11.09 23:18
신생 구단 페퍼저축은행, IBK기업은행 누르고 역사적 첫 승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값진 1승..IBK기업은행 김희진 부상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역사적인 창단 첫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페퍼저축은행은 9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1-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21, 25-21, 22-25, 25-23)로 제압, 창단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시즌 성적은 1승5패(승점4).
반면 ‘국가대표 군단’ IBK기업은행은 1라운드 전패의 굴욕을 뒤집어썼다. IBK기업은행은 창단 이후 가장 긴 6연패 늪에 빠지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엘리자벳(공격 성공률 52.23%)이라는 확실한 득점원을 보유한 페퍼저축은행과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라셈(공격성공률 36.1%)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한판이다. 서브 리시브는 불안정했지만 엘리자벳은 놀라운 결정력을 과시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해결사 부재 속에 득점이 나와야할 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더욱 초조해졌다.
경기 전까지 나란히 1라운드 5연패 당한 팀들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승점1을 챙긴 페퍼저축은행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홈에서 1라운드 전패를 당할 수 있다는 부담에 눌린 IBK기업은행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코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페퍼저축은행이 신바람 배구를 했다면, IBK기업은행은 초조한 듯 잦은 범실로 흐름을 깼다. 김연경과 함께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 김수지-김희진-표승주 등 화려한 국가대표들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엘리자벳이 39득점을, 이한비가 13득점으로 IBK기업은행 진영을 맹폭했다. 1라운드 전패 위기에 몰린 IBK기업은행은 첫 세트를 내준 뒤 더 흔들렸다. 2세트에서 김희진의 범실을 타고 역전에 성공한 페퍼저축은행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서남원 감독은 다시 외국인선수 라셈을 투입해 17-17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잇따라 서브 범실을 저질렀고, 페퍼저축은행은 엘리자벳의 호쾌한 공격으로 두 번째 세트까지 따냈다.
셧아웃 위기에서 IBK기업은행은 라셈-표승주의 공격으로 리드를 잡았다. 막판에는 김수지의 시간차 공격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든 뒤 라셈이 마무리해 간신히 한 세트를 건졌다. 4세트에서도 IBK기업은행은 18-16까지 앞서나가며 대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김희진이 무릎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는 악재를 마주했다.
이후 페퍼저축은행은 엘리자벳의 연속 공격으로 22-21로 뒤집었다. 하혜진의 서브 에이스로 달아났지만 IBK기업은행이 23-24까지 따라붙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웜엄존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1점을 바랐고, 엘리자벳은 강력한 후위 공격으로 5세트마저 가져왔다.
객관적인 전력상 최약체로 분류됐던 막내팀 페퍼저축은행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선택한 세터 박사랑마저 부상으로 잃은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역사에 남을 창단 첫 승리를 거둔 페퍼저축은행은 우승 세리머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신생팀의 첫 승 희생양이 된 IBK기업은행은 홈에서 1라운드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고, 핵심 전력 김희진마저 부상으로 잃는 충격으로 침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