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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세버그'·'태일이', 동서양의 시대적 인물이 스크린을 통해 묻는 '인권의 의미'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11.01 15:01 수정 2021.11.01 13:30

'세버그' 11월 4일·'태일이' 12월 1일 개봉


차별과 혐오에 맞섰던 인물들이 스크린 속에서 되살아난다. 이들의 삶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맞닿는 이야기로, 영화를 통해 인권에 대한 물음과 생각을 환기시킨다.


영화 '세버그'는 세기의 배우에서 FBI 음모의 희생양이 된 진 세버그의 이야기를 그린 할리우드 실화 영화다. 진 세버그는 '브리지트 바르도', '제인 폰다' 등 60년대를 풍미한 고전적 배우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패션과 숏컷 헤어로 신선한 등장을 알린 인물이다. 1957년 '성 잔 다르크'의 주인공으로 1만 8천여 명의 지원자 사이에서 당당히 타이틀롤을 거머쥔 그는 1960년 '네 멋대로 해라'의 패트리샤 역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 세버그의 단면일 뿐이다. 진 세버그는 14세부터 전미흑인 지위 향상협회(NAACP)에 가입해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등 사회의 변화에 대한 관심을 거침없이 표현했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계적 스타가 된 뒤에도 공개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 단체를 지지하며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연방 수사국 FBI의 표적이 됐고 집요한 감시와 정치공작으로 인해 결국 배우로서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영화 '세버그'는 바로 그 시기인 1965년부터 1970년까지의 삶을 재조명했다. 세버그는 차별 없이 모두가 동등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차별과 이간질로 흑인들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인권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험한 급진주의자로 낙인찍으며 파멸로 몰아가는 미국의 민낯을 세버그란 인물을 통해 그려냈다.


12월 1일에는 한국 현대사에서 상징적인 인물인 전태일 열사의 삶을 담아낸 애니메이션 '태일이'가 개봉한다. 전태일 열사는 봉제노동자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가 1970년 11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그의 죽음은 한국 노동운동 발전에 중요한 계기로 인식됐다.


'태일이'는 전태일 열사의 삶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알리고자 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어 세대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가진 힘으로 다가간다.


또한 1만 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제작비 크라우드 펀딩으로 1억여 원을 모금했다는 사실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태일이'를 제작 배급하는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노동 현실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계층은 심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외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노동 현실의 사각지대 있는 분들의 위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태일이'를 톻해 공감을 주고 더불어 사는 삶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길 바란다"라고 '태일이'를 만든 이유를 말했다.


동서양의 50년 전 인물들이 외친 인권의 의미와 차별의 외침은 현재에 대입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편의점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과 데릭 쇼빈의 무릎에 약 9분여간 목이 짓눌린 채 사망한 사건이 불과 지난해 5월이다.


절박하게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며 전 세계적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방아쇠가 됐다. 또 지난 10월에는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기 위해 미국 뉴욕에 세워진 동상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 몸을 불사르며 노동자의 인권을 외쳤지만 노동자들의 사각지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태안 화력발전소의 기계가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씨의 목숨을 앗아갔고, 비정규직 김 모 군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에 치여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이다. 직종만 달라졌을 뿐 전태일은 도처에 여전히 남아있다. 두 시대적 인물은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말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더욱 관객들의 공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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