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곽시양, ‘홍천기’로 충전한 자신감
입력 2021.10.31 15:33
수정 2021.10.31 10:33
“재밌게 망가지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색다른 모습 보여주고파”
“조금만 더 있으면 10년 차인데, 그때도 열심히 하려고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사극이라는 장르부터 악역 연기, 수양대군이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까지. ‘홍천기’는 곽시양에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곽시양은 캐릭터의 무게감과 야망을 구현하는데 집중했고, 결국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SBS 드라마 ‘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화공 홍천기(김유정 분)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의 로맨스를 다룬 판타지 사극이다. 곽시양은 이 드라마에서 왕이 되기 위해 마왕을 차지하려는 야심가 주향대군을 연기했다.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삼았다.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풋풋함을 자아내고 마왕이라는 판타지적 존재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운데, 곽시양이 섬뜩한 빌런 연기로 드라마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았다. 곽시양이 주향대군의 무게감에 방점을 찍고,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려 노력한 결과였다.
“대본을 받고, 읽기 시작했을 때는 주향대군이 카리스마가 넘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묵직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는 외적인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얼굴의) 상처는 어떤 식으로 만들지, 또 의상은 어떤 계열의 색깔을 입을지, 등장할 때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날카롭게 보일지 많은 고민들을 했다.”
사극이라는 장르도 어려웠지만, 주향대군의 모티브가 되는 캐릭터가 수양대군이라는 점도 곽시양에겐 큰 부담이었다. 영화 ‘관상’의 이정재 등 그간 수양대군을 무게감 있게 표현해 많은 사랑을 받은 선배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곽시양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오히려 이정재의 연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며 배움을 얻었다.
“영화 ‘관상’을 봤다. 수양대군의 말투와 긴장했을 때의 눈빛들을 세세하게 분석을 해보려고 했다. 물론 부담도 됐다. 기존에 이미 하셨던 분들의 임팩트가 크기도 했다. 그래서 준비를 더 많이 했었다. 이정재 선배님께서 하신 걸 보며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이나 표정, 상황에 맞는 리액션, 이런 걸 나에게 녹여보려고 했었다.”
이 과정에서 단점이라고 생각한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다. 한때는 목소리가 너무 낮아 고민이 될 때도 있었지만, 주어진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 더욱 반가움을 느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중저음이라 불만을 가지기도 했다. 목소리를 먹는다고 하나, 발성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노력은 솔직하게는 잘 안 한다. 상황에 몰입하면 맞게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를 하려고 해도, 언젠가는 허점이 드러나게 될 것 같더라. 감독님 말씀대로 내 본래 목소리로 촬영에 임하려고 했다.”
악역임에도 큰 사랑을 보내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곽시양은 다음에는 좀 더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변신을 통해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재밌게 망가지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곽시양이 아닌, 색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부분에 대한 연기적인 욕망이 있다. ‘곽시양이 이렇게도 표현을 하는구나’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코믹한 걸 해보고 싶다.”
벌써 데뷔 8년 차에 접어든 곽시양은 앞으로도 즐겁게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갈 계획이다. 조급함을 가지기보단 지금처럼 열심히, 또 신나게 연기를 하다 보면 좋은 기회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전 연기들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부끄럽다. 다음 작품을 할 때는 그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만 더 있으면 10년 차인데, 그때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열심히 하려고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일할 때 즐거워야 한다고 여긴다. 자주 돌아보진 않는데 어느 순간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래도 열심히 했구나 싶다. 항상 좋은 기회가 있어 운이 좋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