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탄광촌에서도 ‘꽃’을 피우는 연대의 힘
입력 2021.11.01 07:33
수정 2021.10.31 18:34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리뷰
2022년 2월 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어둡고 캄캄한 탄광촌에서도 빌리라는 ‘희망의 꽃’은 피어난다.
1984년 탄광노동조합의 파업시위가 한창이던 영국의 탄광촌. 어느 날 권투 수업 이후 열리는 발레 클래스에 우연히 참가한 소년 빌리, 그런 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큰 세상으로 가도록 가르침을 주는 윌킨슨 선생님, 춤을 추려는 아들 빌리를 반대했지만 이내 아들을 위해 공동체를 등지려 한 아버지, 그리고 빌리를 위해 돈을 모으면서 연대의 힘을 증명해내는 조합원들.
이들이 보여준 연대의 힘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핵심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하고, 국내에선 2010년과 2017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뮤지컬은 1984~85년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영화(2000년 개봉)를 원작으로 한다. 무려 40년 전을 배경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시대를 꿰뚫는 연대의 정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짚으면서도, 작품에서는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대의 기록들을 들러리 취급하지 않는다. 극의 첫 넘버인 ‘더 스타스 룩 다운’(The Stars Look Down)부터 주요 테마곡인 ‘솔리대리티’(Solidarity) 그리고 마가렛 대처를 향한 일침이 담긴 ‘메리 크리스마스 매기 대처’(Merry Christmas Maggie thatcher)까지 차가운 현실이 담긴 넘버가 이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특히 경찰들과 노동자들의 대치 상황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발레 수업과 어우러지고, 파업 현장과 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겹쳐지면서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빌리라는 ‘희망’이 더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었던 것도 삶을 위한 마을 사람들의 투쟁과 젠더·계층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서는 빌리와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 주고 싶은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연대, 즉 무거운 리얼리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광부들의 투쟁은 끝이 나고 다시 탄광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이 쓴 헤드램프는 다음 세대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빌리 역을 나눠 연기하는 네 명의 배우 김시훈(12), 이우진(13), 정강혁(13), 주현준(12)에 대한 호평도 자자하다. 전체 러닝타임 160분 중 춤을 추는 시간이 무려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극중 빌리가 성장하는 것처럼, 18개월 동안 ‘빌리 스쿨’을 통해 다져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관객들은 이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본다. 빌리의 단짝 친구 마이클 역의 강현중과 나다움, 성주환, 임동빈 역시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미세스 윌킨슨 역의 최정원·김영주, 아빠 역의 조정근·최명경, 할머니 역의 박정자·홍윤희 등 성인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는 작품에 감동과 무게를 더한다. 2022년 2월 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