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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추진 …업계 "소비 늘겠지만 이익은 글쎄"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10.21 11:59
수정 2021.10.21 12:00

정부, 기름값 급등에 유류세 인하 검토…시행 기간·인하폭 '촉각'

소비자 체감 효과 클수록 판매·이익 개선 전망…원유 상승세는 부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는 휘발유 가격이 2107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심상치 않은 유가 움직임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공행진 중인 휘발유, 경유 등 연료유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가계 부담도 덜고, 정유업계는 소비 확대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다만 유류세 인하 효과를 보려면 무엇 보다 국제유가가 잡혀야 한다고 본다. 세금을 낮춰도 원유 가격이 그 이상으로 오르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과 시행 기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41.94원, 경유 1539.9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1642원, 1437원 보다 6%, 7.2% 상승했으며 올해 1월 초 가격인 1430원, 1231원과 비교하면 21.8%, 25.1% 올랐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휘발유 가격 등을 밀어올리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1일 배럴당 79.28달러에서 20일 현재 85.82달러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5.88달러에서 83.87달러로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심상치 않은 유가 움직임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어 유류세 인하를 짚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이르면 26일 유가 관련 대책이 발표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유류세란 휘발유, 경유, LPG 등에 붙는 세금으로,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가, 자동차용 부탄에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된다. 유류세가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일 기준 42.8%이며 경유도 34.3%에 달한다.


기름에 붙는 세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추는 만큼 최종 소비자 가격은 인하된다. 정부는 201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기자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0개월간 15%(6개월), 7%(4개월)씩 인하했다. 당시 세수는 약 2조6000억원 줄었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면 가계 부담도 그만큼 덜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유류세를 인하하면 수요량이 늘어 판매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유류세 인하 이후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이 늘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등유·경유의 국내 소비량은 유류세를 내리기 전인 10월 1943만7000배럴에서 유류세를 내린 11월 2381만7000배럴로 증가했다. 유류세 인하 기간인 10개월간 월 평균 소비량은 2315만9300배럴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2% 늘었다.


정유업계는 다만 석유제품 소비가 늘어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좋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유류세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손해를 짊어져야 할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만일 유류세가 11월 1일을 기점으로 인하될 경우, 기존 제품 재고를 소진하고 국내에 새로 유통되는 기간을 감안해 같은 달 중순부터 휘발유 등 최종 제품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차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18년 11월 유류세 인하 당시 정유사들은 초반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 출고 당시 인하분을 곧바로 반영한 바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부담이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기만 하면 그만큼 유류세 인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유류세 인하분 보다 상승하면 최종 제품 가격 역시 올라가게 되는 데, 이 과정에서 '유류세는 내렸는데 제품가격은 올랐다'는 원성을 정유사들이 듣게될 수도 있다.


더욱이 원유 가격은 산유국들의 증산 의지가 아직까지 크지 않은데다, 천연가스 가격도 강세를 나타내 연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산 압둘자바르 이라크 석유장관은 "세계 원유 재고량을 늘리는 것은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에 부적절하다"면서 내년 상반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원유 가격 흐름과 국내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기간과 폭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 기재부는 현재 10%, 15%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중이다. 유류세는 30% 이내에선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세율을 내릴 수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에 적극적인데다 코로나19 지원으로 재정 여력도 떨어져 시행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에 명운을 건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처럼 석유제품 소비를 촉진하는 것은 친환경 정책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도 임박한 만큼 '생색내기'라는 여론에 부딪치는 것도 부담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가 인하되면 전체적으로는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행 시기가 늦어질수록 기존 재고 부담, 유통 혼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실시하는 것이 전체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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