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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저도 공수처 수사대상 될 수 있다"더니…말이 씨가 되나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9.25 05:11
수정 2021.09.24 17:37

시민단체, 이재명 공수처 고발…"공영개발 이익금 특정인에 몰아준 책임 막중"

공수처, 소극 대응시 존폐론 재거론 가능성…윤석열 수사와 형평성 압박감 고조

검·경·공 동시수사 인권침해 우려…"공수처 설립 쌍수들어 환영 이재명, 군말없이 협조해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옥상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대장동 의혹' 수사에 가세할 전망이다. 지난해 "저도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 지사의 발언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시민단체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는 24일 이 지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 지사가 입건되면 검찰·경찰·공수처 등 수사기관 3곳으로부터 동시에 수사를 받게 된다.


전철협은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던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의 인허가권자로 성남시에 들어와야 할 공영개발 이익금을 특정 개인에게 몰아준 책임이 막중하다"며 "공영개발을 가장해 민간에게 특혜를 몰아준 부동산 적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법상 경기도지사는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성남시장은 수사 대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공수처는 접수된 고발장을 토대로 이 지사를 수사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먼저 검토하고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공수처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법 앞에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적극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검찰 권한이 남용되는 경우가 많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립을 재차 촉구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인 석동현 변호사가 "정권의 눈 밖에 난 고위공직자는 전직이고 현직이고 언제든 제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관, 판·검사, 시·도지사 등으로 저 역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죄가 없으면 검찰이든 공수처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사정기관의 상호 견제 감시가 가능하다면 없는 죄를 씌우는 직권남용죄나 있는 죄를 덮는 직무 유기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공수처 설립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어 이 지사 의혹 수사에 즉각 착수할 여력은 없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공수처는 기존에 접수된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수처 검사 13명 중 7명을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집중 투입한 상황이다.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상임대표가 24일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배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공수처는 내달 1일 검사 10명을 추가로 선발하기 위한 5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청와대의 최종 임명 절차도 이르면 내달 안에 모두 마무리되고 즉각 실전 투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오는 11월 5일로 예정된 만큼 수사에 거듭 박차를 가해 내달 중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일단락 지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고 검사 인력까지 충원한 공수처로서는 이 지사 고발 사건을 흐지부지 넘기기 쉽지 않다.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 지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센데다 선거 일정을 앞두고 시급성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립 초창기 부터 '친정부 성향' 논란을 빚어온 공수처가 이 지사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드러냈다가는 존폐론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지사는 대선이 반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3개 기관으로부터 동시에 고강도 수사를 받게 되면서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침해와 선거 일정 차질 등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이 스스로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립을 적극 환영했던 만큼 불만을 제기할 명분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친정부 기관인 공수처가 진심으로 이 지사를 수사할지 의구심이 들지만, 윤 전 총장 수사와 형평에 맞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느낄 것으로 보인다"며 "공수처 설립을 쌍수 들고 환영했던 이 지사는 군말 없이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명 캠프가 대장동 의혹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3명을 고발한 사건을 지난 23일 공공수사2부에 배당했다. 국민의힘 측 주장이 '허위사실'이었는지 판단하려면 대장동 사업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부터 이뤄져야 하는 만큼 검찰은 대장동 의혹 진상 조사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경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자산관리 회사인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 모 씨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벌이기 위해 최근 출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천대유의 계좌 거래 내역이나 계좌 흐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이르면 이달 말 정식수사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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